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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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지도부 공개 검증안’을 내놓은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당 내분만 깊어지고 있다. 권성주 혁신위원은 혁신위 정상화와 혁신안의 최고위원회의 상정을 요구하면서 8일째 단식 중이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측은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사퇴한 마당에 혁신안의 최고위 상정은 옳지 않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19일 유승민·이혜훈·하태경·유의동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권 위원의 단식 현장을 찾았다. 권 위원은 유 의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손 대표가) 명백한 당규 위반임에도 저렇게 비겁하게 도망가신다. 잘못된 건 끝까지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유 의원은 권 위원을 다독이며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일으켜 세웠다. 권 위원은 지난 12일 주 전 혁신위원장 사퇴 발표 이후 파행을 빚고 있는 혁신위의 정상화를 요구하면서 8일째 단식하고 있다.

권 위원 등의 요구는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최고위에 상정하고 주 위원장 사퇴 이후 사실상 파행을 빚고 있는 혁신위를 재가동하자는 것이다. 지난 12일 나온 혁신안은 여론조사와 공개 청문회를 통해 지도부 재신임 절차를 밟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유승민·안철수계 의원들은 이 혁신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손 대표 측은 주 위원장이 사퇴하고 손 대표 측이 추천한 위원 3명도 그만뒀기 때문에 재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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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고위에서 남은 혁신위원들은 혁신위 안건 최고위 상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퇴진하지 마십시오. 혁신하십시오’ ‘혁신안 상정 거부, 명백한 당규 위반’ 등의 피켓을 들고 회의에 참석했다. 바른정당계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혁신위원들이 단식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소신을 지키는 모습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본인의 신념을 지키려고 국회 로텐더홀에 이불을 펼쳤던 어느 노(老)정객의 결기와도 다르지 않다”며 “혁신위에서 의결된 혁신안의 (최고위) 상정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노정객은 손 대표를 지칭한 것이다. 반면 당권파 인사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바른미래당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오히려 더 고갈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손 대표 측 인사가 단식 중인 권 위원을 조롱했다는 논란까지 나오면서 당내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손 대표 측 인사 3인이 권 위원을 찾아와 “어제 밤에 몰래 뭘 좀 먹었느냐, 짜장면 먹은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당대표 비서실은 입장문을 통해 “어느 당이나 극성 당원은 있기 마련이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당대표실에서는 즉각 제지했고, 이들의 국회 본청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도 손 대표와 혁신위원들과의 짧은 만남이 이뤄졌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혁신위원들은 혁신위 안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며 최고위 상정을 요구했고, 손 대표는 남아 있는 혁신위원들이 본인의 사퇴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