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품목을 규제하면서 시작된 한일 간 경제전쟁이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치닫으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품목을 규제하면서 시작된 한일 간 경제전쟁이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치닫으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일본이 수출 품목을 규제하면서 시작된 양국 간 강대강(强對强) 대립이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 성격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1000개 이상의 전략물자가 수출 규제를 받게 된다. 전선(戰線)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전 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한 강제징용 판결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관표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남 대사의 발언 도중 말을 끊는 '외교적 결례'까지 저지르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고노 외무상은 "수출 관리는 일본 법령에 정해진 것이므로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행해진 것이다.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발언했다. 추가 경제보복 단행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물러서지 않을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여야 5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 후 일본이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발표문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상호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협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 외교적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다음주가 고비가 될 수도 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 총 1112개 품목이 수출규제 적용을 받는다. 다음주를 넘기더라도 7월31일~8월1일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상관 없이 일본 기업과 물자를 주고받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지난주부터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안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가정하고 장기적 대응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협력사에 늦어도 이달 말까지 일본산 소재와 부품을 최소 90일분 이상 확보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들이 확보한 재고 물량을 삼성전자가 다 소진하지 않을 경우 추후 책임 지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SK하이닉스도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자 지난 16일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원자재 수급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