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압박감, 두 황제를 울리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디오픈챔피언십 1라운드
매킬로이, 쿼드러플 보기로 시작
유독 큰 대회서 1라운드 실수 잦아
"내 얼굴에 주먹 날리고 싶다"
매킬로이, 쿼드러플 보기로 시작
유독 큰 대회서 1라운드 실수 잦아
"내 얼굴에 주먹 날리고 싶다"
19일(한국시간) 열린 제148회 디오픈챔피언십(총상금 1075만달러) 1라운드. 대회장인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GC(파71·7344야드) 1번홀(파4)은 논란의 불씨를 안고 세계 최강 골퍼들을 맞이했다. 1번홀 양쪽은 모두 ‘OB’ 구역. 다른 메이저대회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세팅이다. 홀 오른쪽에는 자동차 도로가 있다. 공이 이 구역을 벗어나면 아예 골프장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불가피한 설정이다.
압박감 때문일까, 설렘 탓일까
문제는 반대편. 홀 왼쪽에는 18번홀이 있어 OB 구역으로 ‘굳이’ 세팅할 필요가 없다. 1번홀과 18번홀 사이의 땅이 골프장 소유가 아닌 때가 있었는데, 당시 경계 표시로 박아놓은 OB 말뚝을 ‘전통 유지’라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둬 벌어진 일이다. 홈팬 앞에 선 우승후보 1순위 ‘황태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첫 티샷을 OB 구역 밖으로 보냈다. 결과는 쿼드러플 보기. 이후 4타를 더 잃은 그는 8오버파 79타라는 처참한 스코어를 적어 냈다. 그는 “내 얼굴에 주먹을 갈기고 싶다”고 했다. 또 “(집이 있는) 플로리다로 돌아갈 긴 여정만 남았다”고 커트 통과가 어려워진 상황을 인정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동기로 가득했다. 디오픈이 고향인 북아일랜드에서 68년 만에 열렸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를 잡겠다’던 그는 열여섯 살 때 이곳에서 코스레코드인 61타를 쳤을 만큼 궁합도 좋았다.
큰 무대에만 서면 작아지는 매킬로이의 ‘새가슴’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미국골프채널 유명 해설가 브란델 챔블리는 “매킬로이의 이날 부진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며 “매킬로이는 지금까지 세 차례나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79타 이상을 적어 냈다”고 강조했다. 매킬로이는 2018년 US오픈, 2013년 디오픈 1라운드에서 각각 80타와 79타를 쳤다.
챔블리는 “그는 1라운드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2라운드부터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왔다”며 “이는 기술적이나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의 멘탈 문제”라고 꼬집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북아일랜드는 역사상 가장 큰 대회를 열고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력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우즈는 이날 버디 1개를 잡는 동안 보기 6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7오버파를 적어 냈다. 매킬로이보다 1타 앞선 상황이다.
추위에 허리 통증 재발?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2017년 허리 수술 후 우즈가 18.5도 밑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경기하면 항상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기장 온도는 17도가 조금 넘었다. 우즈는 “몸이 예전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아쉬워했다. 허리 통증이 재발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 그는 “몸 상태는 그냥 있는 그대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사실 집에서 아이들과 축구 게임을 하거나 놀아줄 때 더 통증이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골프팬의 마음을 짠하게 하는 말도 했다. 그는 “나는 이제 24세가 아니다. 예전에는 연습을 몇 시간씩 하고 공도 4~5시간씩 쳤다. 36홀을 돌고 와서도 7~8㎞를 뛰고 또 체육관에 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났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디오픈에서 커트 탈락한 박상현(36)은 깜짝 활약을 펼치며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2언더파를 적어 내 공동 1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92.86%를 기록한 덕이 컸다. 파3홀을 제외한 14개 홀 중 딱 한 번 페어웨이를 놓쳤다는 뜻이다. 5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J B 홈스(85.7%·미국)를 제친 1라운드 전체 1위의 티샷 정확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압박감 때문일까, 설렘 탓일까
문제는 반대편. 홀 왼쪽에는 18번홀이 있어 OB 구역으로 ‘굳이’ 세팅할 필요가 없다. 1번홀과 18번홀 사이의 땅이 골프장 소유가 아닌 때가 있었는데, 당시 경계 표시로 박아놓은 OB 말뚝을 ‘전통 유지’라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둬 벌어진 일이다. 홈팬 앞에 선 우승후보 1순위 ‘황태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첫 티샷을 OB 구역 밖으로 보냈다. 결과는 쿼드러플 보기. 이후 4타를 더 잃은 그는 8오버파 79타라는 처참한 스코어를 적어 냈다. 그는 “내 얼굴에 주먹을 갈기고 싶다”고 했다. 또 “(집이 있는) 플로리다로 돌아갈 긴 여정만 남았다”고 커트 통과가 어려워진 상황을 인정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동기로 가득했다. 디오픈이 고향인 북아일랜드에서 68년 만에 열렸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를 잡겠다’던 그는 열여섯 살 때 이곳에서 코스레코드인 61타를 쳤을 만큼 궁합도 좋았다.
큰 무대에만 서면 작아지는 매킬로이의 ‘새가슴’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미국골프채널 유명 해설가 브란델 챔블리는 “매킬로이의 이날 부진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며 “매킬로이는 지금까지 세 차례나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79타 이상을 적어 냈다”고 강조했다. 매킬로이는 2018년 US오픈, 2013년 디오픈 1라운드에서 각각 80타와 79타를 쳤다.
챔블리는 “그는 1라운드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2라운드부터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왔다”며 “이는 기술적이나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의 멘탈 문제”라고 꼬집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북아일랜드는 역사상 가장 큰 대회를 열고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력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우즈는 이날 버디 1개를 잡는 동안 보기 6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7오버파를 적어 냈다. 매킬로이보다 1타 앞선 상황이다.
추위에 허리 통증 재발?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2017년 허리 수술 후 우즈가 18.5도 밑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경기하면 항상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기장 온도는 17도가 조금 넘었다. 우즈는 “몸이 예전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아쉬워했다. 허리 통증이 재발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 그는 “몸 상태는 그냥 있는 그대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사실 집에서 아이들과 축구 게임을 하거나 놀아줄 때 더 통증이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골프팬의 마음을 짠하게 하는 말도 했다. 그는 “나는 이제 24세가 아니다. 예전에는 연습을 몇 시간씩 하고 공도 4~5시간씩 쳤다. 36홀을 돌고 와서도 7~8㎞를 뛰고 또 체육관에 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났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디오픈에서 커트 탈락한 박상현(36)은 깜짝 활약을 펼치며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2언더파를 적어 내 공동 1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92.86%를 기록한 덕이 컸다. 파3홀을 제외한 14개 홀 중 딱 한 번 페어웨이를 놓쳤다는 뜻이다. 5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J B 홈스(85.7%·미국)를 제친 1라운드 전체 1위의 티샷 정확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