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외국계 증권사가 현대자동차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증권업계에서 현대차 실적 전망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매도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올 3분기부터 실적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신차 출시에 따른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가 계속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국계證 '매도 리포트'가 불붙인 현대車 논쟁
CIMB “SUV 라인업 성장 한계”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최대 증권사인 CGS-CIMB증권은 지난 15일 현대차에 대해 “매수 의견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며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 주가는 9만3000원을 제시했다. 현재 현대차 주가(19일 종가 기준)인 13만45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목표가다. 보고서가 발표된 후 지난 16일부터 기관투자가는 총 372억원어치 현대차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반기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는 게 CIMB증권 견해다. 지난 2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기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비슷한 1조1600억원을 내겠지만, 환율 상승효과를 빼면 9400억원 정도에 그쳤을 것이란 추정이다. 황경재 CIMB증권 센터장은 “2분기 들어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이 좋은 팰리세이드 판매 비중이 줄고 수익성이 낮은 쏘나타 판매가 늘어났다”며 “올 1분기에는 주가 모멘텀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3분기에는 기존 컨센서스(영업이익 9578억원)에 크게 미달하는 48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신형 쏘나타 등의 원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처럼 신차 출시·제품 다변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 등에서다. 황 센터장은 “기존 현대차에 대한 증권업계 전망은 신차의 수요 둔화와 판매 가격 하락 위험을 간과했다”며 “쏘나타의 미국 출시가 올 11월로 미뤄진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주가 상승 기대 요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의 성장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미국 SUV 시장 자체가 지난해 4분기 정점을 찍은 상태여서 판매가 확대되기 어렵다는 게 황 센터장 판단이다. 그는 “급성장 중인 유럽 전기차 시장에 대한 대응도 미흡하다”며 “유럽 시장 내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은 3%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 판매 증가”

하지만 국내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추정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팰리세이드와 쏘나타의 판매량 증가를 통해 차량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깎아내린다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향후 2~3년 동안 신차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글로벌 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 전체의 수요 감소에도 현대차 판매는 늘고 있다”며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는 2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19.6%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장은 “지난해에 이런 보고서가 나왔다면 일부 동의했겠지만 올 들어 베뉴, GV80 등 SUV 신차가 줄줄이 출시되고 실적도 회복되고 있어 섣불리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사분규, 친환경차에 걸림돌”

다만 증권사들은 최근 현대차 노사분규를 향후 주가의 최대 걸림돌로 꼽고 있다. 이날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오는 29∼30일 전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노조가 올해 파업에 돌입하면 8년째 파업을 이어가게 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사분규로 인한 올 3분기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주가의 본격적 상승은 노사협상이 일단락돼야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센터장 역시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만성적인 노사분규는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로 재부각될 것”이라며 “노사분규가 현대차의 친환경차 전략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