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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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에 대해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고 지정학적으로는 무모한 자해"라고 평가했다.

이 잡지는 최신호(7월 20일자) '한일 무역분쟁 사이에 울리는 트럼프의 메아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재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본과 한국의 싸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것(미중 무역분쟁)만큼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잡지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노동자 배상 판결에 일본이 화학제품 수출을 규제하는 심각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에 4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별것 아닌 것 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한국 기업들은 세계의 지배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다. 그 고통은 전 세계 기술 공급망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잡지는 일본이 군사 전용이 가능한 850개 제품에 대한 한국 수출을 건별로 심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는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다. 일본 자신이 그런 통제의 반대편에 있음(자신도 피해를 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중국이 대(對)일본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자 일본이 자국 광산에 투자해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낮춘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도 이미 자국 내 화학제품 육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더 넓게 지정학적 맥락에서 보면 일본의 '자해'는 더욱 무모하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세계 무역 시스템을 공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 잡지는 한국이 민감한 화학제품을 북한에 유출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하면서도 이러한 주장이 실제 수출 규제의 구실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국가 안보'를 거론하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이달 말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양측의 이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는 세계 무역 시스템이 (최근) 엄청난 긴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이 완화될 수 있는지, 아니면 공급 사슬이 무기화되고 상업이 순전히 정치의 연장선인, 새롭고 비열한 질서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