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제철소 용광로(고로) 안전밸브(브리더) 오염물질 배출 논란에 대한 대책을 찾기 위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한다. ‘고로 브리더 개방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으로 제철소 조업정지 논란을 유발했던 환경부가 뒤늦게 해외사례 확인에 나선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 철강업계, 환경단체 관계자 등 10여 명은 22~26일 미국에서 아르셀로미탈 제철소 실무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아르셀로미탈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철강회사다. 다음달까지 고로 브리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를 찾으려는 것이다.

앞서 환경부는 제철소 고로 브리더 개방에 대해 ‘불법’(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 유권 해석은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업정치 10일’ 처분을 내리는 근거가 됐다.

이후 한국철강협회는 성명서 등을 통해 “고로를 정비할 때 일시적으로 브리더를 개방하는 것은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라며 “이런 방식은 독일 등 세계 제철소가 100년 이상 적용해오고 있는 안전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또 대체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조업정지 처분은 사실상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고 호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1개 고로가 10일간 가동을 멈추면 복구에만 3개월이 걸린다. 손실액은 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제철소들의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조업정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민관협의체를 발족하고 다음달까지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르셀로미탈에서도 고로 브리더 개방이 한국과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별도의 기술적 대안이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번 출장은 관련 기술적 대안, 법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이라고 설명했다.

뒤늦게 환경부가 해외사례 파악에 나선 것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술 현황이나 해외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유권해석과 행정처분은 국내법에 의한 것으로 해외 사례와는 별개"라며 "이번 출장을 통해 오염물질 저감대책과 관련 규제 시스템 등 종합대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는 민관협의체 위원들 중 희망자 10명가량이 참여할 예정이다. 민관협의체는 철강업계, 학계, 환경단체 관계자 등 19명으로 구성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