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재경팀장 영장도 모두 기각…검찰 "이해하기 어렵다" 반발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이 20일 또 기각됐다.
김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해 청구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구속영장은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에 착수한 이후 증거인멸이 아닌 분식회계 혐의로 청구한 첫 사례라,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타격이 예상된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약 3시간 30분간 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오전 2시 30분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김 대표 등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을 받는다.
검찰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김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 적법한 회계처리를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미비점이 있었더라도 자신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급"이라며 "주총 의결 등 필요한 절차도 다 밟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 같은 김 대표의 주장을 인정함에 따라 검찰의 분식회계 관련 혐의 규명 계획도 일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최근 사건 '본류'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수사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분식회계 혐의로 청구한 첫 영장부터 불발되며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최지성(68)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전·현직 그룹 수뇌부들을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데 있었다고 의심하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