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6월 한미정상회담서 '한일 갈등에 관심' 당부
靑, GSOMIA '연장 불가' 시사…한미일 공조 악영향 판단 시 美 관여할 수도
靑, 한일 무역갈등 집중하며 美와 소통…볼턴 방한 결과 이목 쏠려
트럼프, 한일갈등 관여 시사…'안보공조' 고리 靑해법 향방 주목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에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 문제에 입을 열면서 청와대도 그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악관 행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실은 한국 대통령이 내가 관여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당시 일본 언론은 경제 보복 가능성을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양국이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단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당장은 어느 나라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한일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라는 원칙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섣불리 나서지는 않겠다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를 청와대도 신중히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관여'라는 것이 안보 이슈에 해당하는 것인지, 무역 이슈에 해당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좀 더 정확히 의중을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안보 이슈는 동북아 지역 내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한일갈등 관여 시사…'안보공조' 고리 靑해법 향방 주목
지난주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행정부, 의회 인사 등을 만나 일방적인 일본의 조치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미국이 만약 한미일 간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간주하고 한미일 간에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느끼면 알아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는 점은 청와대가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와 관련한 입장이 강경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애초 다음 달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는 별개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19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다룰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는 등 후속 대응을 예고하자 청와대의 입장도 '강공 모드'로 선회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 "아직 아무 결정이 내려진 적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추가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 역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맞대응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한미일 안보 공조' 이슈를 통해 미국의 역할을 지렛대로 삼아 외교적 해결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동북아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각 공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로 한일 갈등이 확전하면 미국도 불가피하게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 역시 당장은 수출규제 조치로 빚어진 한일 양국 갈등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이와 관련한 미국과의 소통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다음 주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는 만큼 한일 갈등 사태가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