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방, 르네상스의 정수를 입다
1889년 쟌느 랑방이 프랑스에서 시작한 ‘랑방’은 우아하고 세련된 여성복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문화와 예술작품을 사랑했던 쟌느 랑방이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옷들이 주를 이뤘다. 여러 색을 조합하고 소재를 대비시키는 등 이중성과 입체감을 살린 옷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패션기업 한섬이 수입·판매하고 있다. 여성복 매장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8개 점포를, 남성복 매장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새 디자이너 영입한 랑방

랑방은 올해 1월 브루노 시아렐리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했다. 시아렐리는 로에베의 남성복 디자인 디렉터, 발렌시아가의 여성복 프리컬렉션 디자이너였다.
랑방, 르네상스의 정수를 입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두루 경험한 그를 영입하면서 랑방의 장 필립 헤켓 최고경영자(CEO)는 “시아렐리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성별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랑방만의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랑방이 시아렐리를 디자이너로 발탁하면서 향후 랑방 컬렉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성복과 남성복 모두 중성적인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는 세련되고 우아한 랑방의 정체성과 시아렐리의 중성적 성향이 만나 어떤 디자인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시아렐리는 파리의 유명 패션스쿨인 스튜디오 베르소를 졸업한 뒤 발렌시아가, 아크네스튜디오, 파코라반, 로에베 등을 거쳤다.

가을·겨울 신제품 선보여

시아렐리가 랑방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선보인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은 많은 브랜드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뮤제 드 클루니에서 공개한 가을·겨울 컬렉션은 ‘신비주의적 순례자(Mystic Pilgrims)’를 주제로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영화, 문학작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로맨틱한 스토리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로맨틱한 것만이 아니라 어린이의 동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순수한 색감, 디자인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랑방, 르네상스의 정수를 입다
이번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디자인,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화가인 라파엘 이전 시기에 주로 썼던 블루, 아보카도, 압생트, 바나나, 마호가니, 네이비, 토마토, 베르가못 등의 색상을 가져와 옷에 접목했다. 또 타탄체크 패턴을 과감하게 썼다. 재킷, 코트 등 외투에는 큼지막한 세일러 칼라를 적용했다. 가죽을 자르고 다양한 패턴, 프린트를 넣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재·색상 등 새로운 시도

소재도 캐시미어, 루렉스(가는 알루미늄 선이 들어간 직물) 등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살렸다. 오버사이즈 의류에 잘 어울리는 실크, 개버딘, 인타르시아 양모, 울 가자르 등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 특히 올가을 주력상품인 가죽 후크백은 랑방 고유의 곡선을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후크백은 스트랩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버건디, 브라운, 오렌지, 블루 등 총 네 가지 색상으로 제작했다. 후크백을 비롯해 랑방의 올가을 신제품은 다음달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랑방, 르네상스의 정수를 입다
랑방 관계자는 “색상과 소재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신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다”며 “랑방 고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감각, 중성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