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기간 매일 한일 상황 챙겨…상황 볼 줄 아는 日인사와 통화"
"개각 시기·폭, 검증결과가 결정…외교·안보, 주된 검토 대상 아니야"
"총선 출마 계획 없어"…대권 질문엔 "더 무거운 짐 생각할 겨를 없다"
이총리 "日, 선거 끝나면 평상심으로 외교 협의하기 쉬워질 것"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현지시간)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일본이 평상심으로 외교적 협의에 임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고 그렇게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카타르 도하 시내 호텔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참의원 선거 때문이었느냐 아니냐와 별도로, 참의원 선거가 외교적 협의의 제약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원제를 채택한 일본에서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는 21일 오후 8시 종료된다.

최근 수출규제 국면에서 한일 관계의 악화를 부추기는 효과를 낳은 일부 일본 정치인의 거친 언사의 배경에는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총리의 발언은 선거 종료를 기점으로 당장 수출규제 조치에 변화가 생긴다기보다는 외교적 협의의 제약요인이 하나 줄어듦으로써 협의가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한일 문제 해결 과정에 "외교적 협의가 있고, 산업적 협의가 있고, 산업적 대응도 있다"며 "그중 어떤 것은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가 미국의 중재를 불러올 카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밝힌 그대로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 안에 전개될 상황 변화도 고려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 "아직 아무 결정이 내려진 적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요구하고 서로에게 해야 할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온 일, 함께 해야 할 일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상호의존적 체제로 세계 경제 성장에 함께 기여해왔고 동북아 안보에 협력하며 기여해왔는데 이것을 흔들거나 손상을 줘선 안 된다"며 "그 점에서 일본이 현명치 못한 조치를 취한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품·소재·장비 시장이 어느 한 지역, 한 나라에 과도하게 편중되면 그것이 바로 리스크가 된다는 것을 아프도록 깨달은 것 아니냐"며 "필수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수입처 다변화, 수출 시장·상품의 다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이뤄진다면 한 단계 더 강한 경제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총리 "日, 선거 끝나면 평상심으로 외교 협의하기 쉬워질 것"
이 총리는 순방 기간 한일 상황을 직접 챙겼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관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울 또는 도쿄와 연락을 하며 그날그날의 상황을 점검하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도쿄 측 연락 인사는 일본인이고, 통화는 일본어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지일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 총리는 '직접 연락을 취하는 일본 인사가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고, 상황을 볼 줄 아는 분"이라고 답변했다.

이번 순방을 두고 일부 야당 정치인은 일본 수출규제 같은 외교적 비상상황에서 총리가 국내를 비워도 되느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최소 3∼4개월간 준비했는데 다른 나라와 현안이 있다 해서 취소한다면 상대국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일본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우리 또한 다른 나라의 신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오는 22일 오전 귀국하면 정상 출근해 곧바로 외교·산업 장관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파악하고 있는 물밑의 기류를 그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가 설명해드릴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국회 통과 전망에 대해 "추경이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며 "경제는 경제로 봐주는 성숙한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기간연장 문제와 관련, "이미 여야 간에 형식적으로 합의가 돼 있고 단지 국회 처리 절차가 끝나지 않은 단계일 뿐이므로 (법 개정 전에라도) 단속 등을 유보하는 것이 법리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맞다"며 "계도기간을 연장하기로 정부가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개각 시기와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면서 "검증의 결과가 어떤지가 시기와 개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안보 라인이 교체될 가능성에 대해선 "제가 아는 한 그쪽은 주된 검토 대상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개각 대상에 총리는 포함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 입으로 어떻게 진술하겠느냐"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느냐'는 질문에는 "내 이름은 최장수가 아닌 이낙연"이라고 웃으며 답변하기도 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는 2년 5개월의 임기를 채운 김황식 전 총리다.

이 총리는 2017년 5월 말 취임해 2년 2개월에 가까운 임기를 보냈다.

이 총리는 '이번 순방이 총리로서 마지막인가'라는 질문에는 "현재는 다음 순방에 대한 검토가 없다.

마지막일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총리로 일할 것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거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문제에 대해 말씀 나눈 적이 있다"며 "기본적인 공감은 있다"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제 머릿속에 총선 출마 계획이 없다"며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정부·여당의 구성원인 건 틀림없다"며 "제가 뭘 하겠다는 계획을 제가 세워놓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기록하는 이 총리는 '현재로서 대권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라는 물음에 "총리의 짐도 무거워서 더 무거운 짐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 기간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밝혔던 이 총리는 '정치인 이낙연으로서의 지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회 발전과 국민의 행복 증진에 하나라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총리 "日, 선거 끝나면 평상심으로 외교 협의하기 쉬워질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