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재배 농민들이 전국적 품목 협회를 연이어 설립하며 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정부 수급정책에 생산자의 주장이 반영되지 못하면 해마다 반복되는 채소 값 폭락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마늘·양파값 폭락…협회 만들어 단체행동 나서는 농민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준비위원회는 오는 26일 경남 창녕농협에서 협회 창립 발기인대회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준비위는 전남 경남 경북 등 지역조직체계를 갖춘 뒤 다음달 15일 전에 창립총회를 열어 협회 설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들은 생산자 대표와 정부 및 농협이 참여하는 농산물 가격 폭락 대응 긴급 대책회의 구성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준비위 관계자는 “수입 농산물을 풀어 값싸게 공급하는 것만이 수급정책인 줄 아는 정부에 생산자가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받고 국민에게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올바른 수급정책임을 상기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엉터리 통계로 수급정책을 짠 뒤 마늘 값이 떨어지니 풍년 탓만 하는 정부에 정책 설계 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 마늘 등 채소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7월 1~18일 양파 도매가격은 ㎏당 401원으로 평년(877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깐마늘 도매가격은 ㎏당 4380원으로 평년(6289원)보다 30.3% 빠졌다. 채소 값이 급락하자 농민들은 줄이어 품목별 협회를 설립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양파생산자협회, 5월에는 전국배추생산자협회가 설립됐다.

임우진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가격 폭락을 겪고 있는 대파 재배 농민들도 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협회 간 연대를 통해 직접적인 농산물 수입뿐 아니라 현재 국내 신선배추 생산량의 30% 수준이 들어오고 있는 외국산 김치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파, 마늘 파종기인 9월까지 생산자의 목소리가 수급정책에 반영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협회 간 연대를 통해 대규모 시위에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