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도 제대로 쉬어야…여름휴가 5일씩 가라"
“제대로 쉬어야 제대로 일도 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최근 임원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무조건 올해 여름휴가를 최소 5일 이상 쓰라는 지시다. 구체적인 시기도 못 박았다. 이달 29일부터 내달 16일 사이 전 임원이 여름휴가를 다녀오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전 그룹 계열사 임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제(?) 휴가 지침’까지 나온 사연은 이렇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초 임원들에게 안식휴가를 포함해 연간 15일씩 연차를 쓰라고 권했다. 하지만 임원들마다 눈치를 보며 올 상반기 내내 휴가를 제대로 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자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아예 시기를 정하고, 최소 5일씩 여름휴가를 가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다.

800여 명에 달하는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각자 5일간 여름휴가 날짜를 잡아 일찌감치 보고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입사 30여 년 만에 5일간 휴가를 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상무 이상 임원은 사실상 연차를 거의 쓰지 못했다. 여름에 2~3일 정도 쉬는 게 다였다. 본부나 실별로 A조와 B조로 나눠 A조는 월·화·수요일 사흘, B조는 목·금요일 이틀 여름휴가를 썼다. 하루 더 쉬는 A조에 들기 위해 눈치 전쟁까지 벌였을 정도였다. 심지어 아예 못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울산과 충남 아산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내달 5일부터 9일까지 공장 문을 닫고 한꺼번에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와 소통 구조가 확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정기공채를 없앴고, 완전 자율복장제도도 도입했다.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원도 흔히 볼 수 있다. 임원 직급을 단순화한 데 이어 연내 직원 직급도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