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일본 출장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간 무역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즉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 측이 24일 의견 수렴을 거쳐 한국의 화이트 국가 제외를 확정하면 8월 중순부터 첨단소재, 전자, 통신 등 1,100여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가 강화된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 산업계에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방송되는 아리랑TV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에서는 외신기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양국 간 심화되고 있는 갈등 상황과 향후 전망까지 살펴볼 전망이다.

한일 무역 갈등을 바라보는 외신기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이란 프레스TV(Press TV)의 프랭크 스미스(Frank Smith) 기자는 “일본이 (무역 갈등에)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과연 일본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은 공급자이다. 구매자가 다른 공급자를 찾는 것이 공급자가 다른 구매자를 찾는 것보다 더 쉽다고 본다. 한국이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을 다각화한다면 일본 기업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 CBS라디오뉴스(CBS Radio News) 도널드 커크(Donald Kirk) 기자는 “한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 대체 공급자를 찾는 것은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라면서 "국산화 같은 경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겉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들이 많다.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소재 뿐만이 아니다. 여러 생산 장비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들까지 일본산이며 그것을 다른 나라에서 대체 수입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무역 갈등은 두 나라의 문제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에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전자제품의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 아시아타임즈(Asia Times) 앤드류 새먼(Andrew Salmon) 기자는 “전 세계 (전자제품의) 공급망이 흔들릴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 1위의 반도체 생산국이고 반도체는 여러 소비자 전자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라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로직반도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일본의 소재가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앤드류 새먼 기자는 이어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실 최근 세계의 흐름을 봤을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빌미로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역제재 조치를 취했다"면서 "WTO가 규정한 자유무역의 원칙이 붕괴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역조치를 감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중재자로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줄곧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한일 정상이 요청한다면 관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계획을 직접 밝혔다.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프랭크 스미스 기자는 “(미국의 중재가) 한국에 유리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이 한일 무역전쟁으로 인해 자국경제도 피해를 입고 동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미국은 견고한 한·미·일 동맹을 원하지만 이러한 삼각 동맹을 제대로 이룬 적이 없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말했듯이 미국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고 한일 양국이 합의점을 찾길 바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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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이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발(發) 제재에 따른 물량 확보 및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재고 등 내부 사정에 대해 대대적으로 ‘함구령’을 내리는 등 삼성전자 내부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 일본이 선택한 규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불화수소)다.

일본이 한국에 이번 조치가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지도록 선택한 이 품목들은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핵심소재로 분류되는 항목이라 몇 개월 안에 대체품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며 그런 의도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본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