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미래 먹거리' 찾는 M&A…삼성 2억弗 vs 구글 50억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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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흔들린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완전중단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완전중단
지난 1년6개월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은 1건, 1억6000만달러(약 188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적인 수사가 이어지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와 사업 재편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이스라엘 멀티카메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코어포토닉스를 1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삼성전자가 한 유일한 M&A다.
이에 비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 기간에 5건, 50억4000만달러(지분 투자 포함) 상당을 M&A했다. 인수 대상도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스타트업 고젝부터 보험 스타트업 오스카헬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아마존의 M&A도 7건, 37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간 M&A 시장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는 시장의 ‘큰손’이었지만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뒤 주요 대기업 중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2016년 자동차 오디오·전장업체 하만인터내셔널을 86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뚝 끊겼다. 102조원(1분기 말 기준)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금고에 쌓여만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삼성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후 비전보다 눈앞 실적 급급…'역주행' 삼성
알파벳의 현금보유액은 1138억5000만달러(약 134조원)로 삼성전자보다 많지만 아마존은 370억2000만달러(약 44조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지난 1년6개월간 자율주행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 37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20배에 달하는 인수합병(M&A) 규모다. 산업의 ‘판’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외부 수혈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거꾸로 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구속 수감된 것이 1차적인 이유다. 투자를 검토할 경황이 없었다.
하지만 경영 복귀 후에도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투자를 단행할 만한 시스템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했던 오너와 미래전략실, 각사 전문경영인 간 ‘삼각편대’ 컨트롤타워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무너진 상태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를 구축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핵심 임원이 구속되면서 조직은 사실상 마비됐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전선에 서 있는 전문경영인은 10년 후 비전보다 내년도 실적과 사업계획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10년 후를 내다보고 ‘이 회사는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꼭 사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M&A에 실패했을 때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영권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든 것도 이유다. 배당 대신 투자를 선호했던 삼성전자는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뒤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2017년 10월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9조6000억원을 배당했다. 2017년 5조800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삼성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완전히 중단됐다는 점이다. 2014년 한화그룹과의 방산·화학사업 ‘빅딜’을 통해 삼성그룹은 재계 사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잘하는 것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이후 SK그룹과 롯데그룹, LG그룹도 발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그룹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올스톱’된 상태다.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각종 잡음이 진행 중인 재판에 의외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와 그룹 차원의 ‘헤드쿼터’ 없이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이스라엘 멀티카메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코어포토닉스를 1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삼성전자가 한 유일한 M&A다.
이에 비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 기간에 5건, 50억4000만달러(지분 투자 포함) 상당을 M&A했다. 인수 대상도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스타트업 고젝부터 보험 스타트업 오스카헬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아마존의 M&A도 7건, 37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간 M&A 시장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는 시장의 ‘큰손’이었지만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뒤 주요 대기업 중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2016년 자동차 오디오·전장업체 하만인터내셔널을 86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뚝 끊겼다. 102조원(1분기 말 기준)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금고에 쌓여만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삼성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후 비전보다 눈앞 실적 급급…'역주행' 삼성
알파벳의 현금보유액은 1138억5000만달러(약 134조원)로 삼성전자보다 많지만 아마존은 370억2000만달러(약 44조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지난 1년6개월간 자율주행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 37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20배에 달하는 인수합병(M&A) 규모다. 산업의 ‘판’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외부 수혈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거꾸로 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구속 수감된 것이 1차적인 이유다. 투자를 검토할 경황이 없었다.
하지만 경영 복귀 후에도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투자를 단행할 만한 시스템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했던 오너와 미래전략실, 각사 전문경영인 간 ‘삼각편대’ 컨트롤타워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무너진 상태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를 구축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핵심 임원이 구속되면서 조직은 사실상 마비됐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전선에 서 있는 전문경영인은 10년 후 비전보다 내년도 실적과 사업계획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10년 후를 내다보고 ‘이 회사는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꼭 사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M&A에 실패했을 때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영권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든 것도 이유다. 배당 대신 투자를 선호했던 삼성전자는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뒤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2017년 10월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9조6000억원을 배당했다. 2017년 5조800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삼성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완전히 중단됐다는 점이다. 2014년 한화그룹과의 방산·화학사업 ‘빅딜’을 통해 삼성그룹은 재계 사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잘하는 것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이후 SK그룹과 롯데그룹, LG그룹도 발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그룹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올스톱’된 상태다.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각종 잡음이 진행 중인 재판에 의외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와 그룹 차원의 ‘헤드쿼터’ 없이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