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폭탄'에 한숨짓는 은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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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었는데 보험료 두 배 늘어"
![정부의 건강보험료율 및 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은퇴자들 사이에서 “건보료 부담이 늘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모습.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1907/AA.20151444.1.jpg)
건강보험에 대한 은퇴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가입자에게만 재산 보험료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 가운데 주택 공시가격과 건보료율이 줄줄이 오르면서 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때 재산 보험료 축소 등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저소득층만 혜택을 봤다. 정부는 중산층 이상 지역가입자는 오히려 부담을 더 늘렸다. 여기에 지난해 주택 공시가격의 큰 폭 상승, 올해 건보료율 8년 만의 최고폭 인상(3.49%) 등이 겹치면서 보험료가 치솟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보료 폭탄'에 한숨짓는 은퇴자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7/AA.20151320.1.jpg)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지역가입자는 331만 명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지역가입자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복 퇴직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왜곡된 건보료 체계를 방치하면 은퇴자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료 폭탄'에 한숨짓는 은퇴자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7/AA.20151733.1.jpg)
“공무원이 퇴직하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데 재산과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를 물린다. 공무원 재직 때보다 소득이 줄었는데 건보료를 더 내는 게 어떻게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인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했지만…
한국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긴다. 반면 은퇴자,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도 건보료를 물린다. 은퇴 후 월소득이 국민연금 130만원밖에 없는 이모씨는 서울 서초구에 공시가격 16억원짜리 아파트가 있다는 이유로 지역보험료로 월 27만4600원을 낸다. 소득의 20% 이상이 건보료로 나가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작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단행했지만 은퇴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재산 5000만원 이하, 배기량 1600㏄ 이하 자동차 보유자 등 저소득층엔 혜택을 줬지만 중산층 이상은 오히려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금소득을 건보료에 반영하는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인 데다 건보료를 매기는 소득·재산 등급표상 연소득 3860만원, 재산 과세표준 5억9700만원 이상인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더 내게 했다.
다른 차별도 개선하는 시늉만 냈다. 직장가입자의 기타 소득 문제가 대표적이다.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금융·임대소득 등은 건보료 계산 때 7200만원을 공제해주는 것이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 기준을 3400만원으로 낮추는 데 그쳤다. 바뀐 기준으로도 금융소득 1억원에 대해 직장인은 월 건보료 39만원을 내지만 은퇴자는 6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종복 한국퇴직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역가입자만 재산보험료를 내는 것도 억울한데 직장가입자는 소득보험료도 제대로 안 걷으니 이게 정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공시가격발(發) 건보료 상승도 현실이 되고 있다. 주택 공시가격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7년 8.1%에서 작년 10.2%로 뛰었다. 공시가격 상승은 지역가입자의 경우 작년 11월 건보료에 반영됐다. 그 결과 가구당 평균 보험료가 9.4%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율(5.4%)의 두 배에 육박한다. 공시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올 1월엔 건강보험료율도 3.49% 올랐다. 2011년(5.90%)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건보 지출이 늘어나자 재정건전성을 위해 건보료 3%대 인상을 추진한 탓이다. 공무원연금 월 320만원에 임대·금융소득 6000만원(필요경비 제외)이 있고 아파트 한 채(공시가격 19억7600만원)를 보유한 퇴직자 김모씨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주택공시가격 상승, 건보료율 인상을 거치면서 건보료가 월 48만5600원에서 66만3800원으로 36.7% 올랐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 건강보험 제도는 형평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특히 은퇴자에게 가혹하다”며 “소득파악률이 개선된 만큼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