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일본 경제보복의 대응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양국 갈등이 군사안보 분야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SOMIA는 한·일 양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핵심이다.

청와대가 GSOMIA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일본을 압박하고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이끌어낼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로 ‘양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1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재검토 시사 발언이 나오자 미국은 “GSOMIA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한·일 양쪽이 원한다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재에 나서기 어렵다는 뜻을 완곡히 밝힌 것이지만, 한·일 갈등을 공개 언급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일 방문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GSOMIA 재검토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성급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외교 문제에 대해 경제적으로 보복하면서 그 명분으로 안보 이슈를 들이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리까지 GSOMIA 폐기를 언급하며 안보 문제로 맞불을 놓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더구나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미·북 실무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일본과의 군사 정보 공유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GSOMIA 파기 가능성을 언급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을 흔드는 것은 자충수가 될 뿐이다. 한·일 갈등이 안보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