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해외사업 확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분 인수에 투입하는 비용은 1조원이 넘는다. 한국 금융회사의 베트남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하나금융그룹의 해외 투자를 통틀어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베트남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KEB하나銀, 베트남 1위 은행에 1兆 투자
“베트남에서 수익 다변화”

KEB하나은행은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인 국영상업은행(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2일 공시했다. 인수 비용은 총 1조249억원이다.

BIDV는 증권사, 리스사, 보험사, 자산관리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최대 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66조3000억원, 순이익 3809억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인 배당은 물론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투자처”라며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베트남에서 사업 기반을 본격 확대해 수익원 다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영업 기반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는 게 최대 효과로 꼽힌다. KEB하나은행은 그동안 베트남에서 하노이, 호찌민 등 2곳에 지점을 두고 한국계 기업을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BIDV는 대출자산의 70% 이상이 기업대출이어서 관련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BIDV는 베트남 전역에 지점과 사무소 1000여 곳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5만8000여 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BIDV도 KEB하나은행과의 협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BIDV는 소매금융과 디지털 뱅킹 측면에서 KEB하나은행의 강점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BIDV는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하나금융의 여러 계열사와 협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시장에 핀테크 접목

국내 금융사의 베트남 시장 공략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제조업 생산기지’에서 소비가 빠르게 커지는 중요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금융도 베트남을 최대 성장기지로 점찍었다. 지난해 신한금융 해외사업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지역이 베트남이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낸 영업이익은 1244억원으로 전체 해외사업 영업이익(4755억원)의 26%를 차지했다. 신한은행 자회사인 신한베트남은행은 호찌민 본점을 중심으로 베트남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엔 하노이에 32번째 현지 지점을 설립했다. 매년 5개 이상씩 늘려 총 100개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KEB하나은행의 베트남 사업 기반 확대는 하나금융의 해외사업 확장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란 이름으로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 포인트인 하나머니를 이용해 해외 결제를 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대만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베트남, 일본으로도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