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참의원 선거, 개헌 세력 4석 차이로 개헌선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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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공동 여당인 공명당이 참의원 선거(의석 절반 교체)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일본 여권과 친(親)개헌세력 의석은 개헌 발의선에는 미치지 못했다.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개표 결과, 22일 4시30분 현재 자민당은 57석, 공명당은 14석을 각각 획득해 총 71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일본 여권은 124석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 여권은 개헌 발의를 위한 ‘참의원 정족수의 3분의 2’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85석 이상 확보에는 실패했다.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현행 일본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야당 일본유신회의 10석을 합해도 4석이 모자랐다.
중간 집계에서 일본 여권은 야권을 크게 앞섰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7석에 그친 것으로 나왔다. 국민당(6석), 공산당(7석), 사민당(1석) 무소속(10석) 등 고만고만한 정당들이 한 자릿수 의석을 나눠 가졌다. 오히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에 찬성 입장인 일본유신회 의석수(10석)가 ‘정통 야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었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참의원 정원은 242명에서 이번에 248명으로 늘었다. 기존 121석은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 일본유신회 6석, 입헌민주당 15석, 국민당 15석, 공산당 6석, 사민당 1석 및 무소속 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의원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선거를 치러 절반씩 의원을 교체한다.
일본의 정치 구도가 거대 여당 대 난립한 군소 야당 형태를 띠고 있어 집권 자민·공명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선거 전부터 확실시돼 왔다.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했던 야권에선 개헌선을 저지하는 3분의 1 이상만 확보하면 성공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일본 야권은 주목할 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민당을 곤경에 처하게 할 만한 선거 이슈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때 연금 문제에 대한 불안이 불거졌지만 ‘한국 때리기’로 관심을 돌린 아베 총리의 선거 전략에 말려들었다. 21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평균 투표율은 27.3%로, 3년 전 선거 때(32.49%)에 비해 5.19%포인트나 낮아진 점도 고정표가 많고, 조직력이 우세한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대한(對韓) 보복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21년 9월까지 총리직과 자민당 총재직을 유지할 수 있는 아베 총리에게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결속용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으로 한국을 상정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
미·중 무역 마찰로 2012년 이후 회복 기조를 보이던 일본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경제 불안 우려도 외부로 돌릴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당장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과 관련한 일본 서민의 불만을 틀어막아야 한다. 연금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노후생활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아베 총리는 개표 도중 시행된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는 결코 보복조치가 아니며 안전보장과 관련한 무역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베 총리 측이 야권 내 친개헌 세력을 합쳐도 개헌선에 미달하면서 일본 여권이 선거 전 세웠던 목표를 100%달성하는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친개헌세력은 81석을 확보했지만 끝내 개헌선을 밑돌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받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일본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 기간 내내 일본 여론 관심도 여권과 친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지에 쏠렸다.
일본 헌법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 각각 3분의 2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민투표 과반 찬성으로 개헌을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의원(465석)에선 자민당(284석)과 공명당(29석)이 313석으로 개헌선(310석)을 확보한 상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 이후 줄기차게 개헌을 추진해왔다.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이 목표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만들어진 현행 일본국헌법(평화헌법) 9조는 1항에 전쟁 포기를, 2항에 군대 불보유를 명기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일본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만 하는 ‘전수방위’만 인정된다. 군대를 보유할 수 없어 자위대를 운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전후체제를 ‘비정상’으로 보고 교전권 확보를 ‘보통국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일단 헌법 9조를 유지한 채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하고, 향후 9조 1항과 2항을 바꾸는 단계적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개헌선 확보에 실패했지만 야당 및 무소속 의원 설득작업을 통한 개헌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번 선거에서 참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개헌 문제를 제대로 논의해 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개표 결과, 22일 4시30분 현재 자민당은 57석, 공명당은 14석을 각각 획득해 총 71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일본 여권은 124석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 여권은 개헌 발의를 위한 ‘참의원 정족수의 3분의 2’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85석 이상 확보에는 실패했다.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현행 일본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야당 일본유신회의 10석을 합해도 4석이 모자랐다.
중간 집계에서 일본 여권은 야권을 크게 앞섰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7석에 그친 것으로 나왔다. 국민당(6석), 공산당(7석), 사민당(1석) 무소속(10석) 등 고만고만한 정당들이 한 자릿수 의석을 나눠 가졌다. 오히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에 찬성 입장인 일본유신회 의석수(10석)가 ‘정통 야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었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참의원 정원은 242명에서 이번에 248명으로 늘었다. 기존 121석은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 일본유신회 6석, 입헌민주당 15석, 국민당 15석, 공산당 6석, 사민당 1석 및 무소속 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의원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선거를 치러 절반씩 의원을 교체한다.
일본의 정치 구도가 거대 여당 대 난립한 군소 야당 형태를 띠고 있어 집권 자민·공명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선거 전부터 확실시돼 왔다.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했던 야권에선 개헌선을 저지하는 3분의 1 이상만 확보하면 성공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일본 야권은 주목할 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민당을 곤경에 처하게 할 만한 선거 이슈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때 연금 문제에 대한 불안이 불거졌지만 ‘한국 때리기’로 관심을 돌린 아베 총리의 선거 전략에 말려들었다. 21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평균 투표율은 27.3%로, 3년 전 선거 때(32.49%)에 비해 5.19%포인트나 낮아진 점도 고정표가 많고, 조직력이 우세한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대한(對韓) 보복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21년 9월까지 총리직과 자민당 총재직을 유지할 수 있는 아베 총리에게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결속용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으로 한국을 상정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
미·중 무역 마찰로 2012년 이후 회복 기조를 보이던 일본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경제 불안 우려도 외부로 돌릴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당장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과 관련한 일본 서민의 불만을 틀어막아야 한다. 연금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노후생활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아베 총리는 개표 도중 시행된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는 결코 보복조치가 아니며 안전보장과 관련한 무역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베 총리 측이 야권 내 친개헌 세력을 합쳐도 개헌선에 미달하면서 일본 여권이 선거 전 세웠던 목표를 100%달성하는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친개헌세력은 81석을 확보했지만 끝내 개헌선을 밑돌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받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일본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 기간 내내 일본 여론 관심도 여권과 친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지에 쏠렸다.
일본 헌법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 각각 3분의 2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민투표 과반 찬성으로 개헌을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의원(465석)에선 자민당(284석)과 공명당(29석)이 313석으로 개헌선(310석)을 확보한 상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 이후 줄기차게 개헌을 추진해왔다.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이 목표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만들어진 현행 일본국헌법(평화헌법) 9조는 1항에 전쟁 포기를, 2항에 군대 불보유를 명기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일본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만 하는 ‘전수방위’만 인정된다. 군대를 보유할 수 없어 자위대를 운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전후체제를 ‘비정상’으로 보고 교전권 확보를 ‘보통국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일단 헌법 9조를 유지한 채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하고, 향후 9조 1항과 2항을 바꾸는 단계적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개헌선 확보에 실패했지만 야당 및 무소속 의원 설득작업을 통한 개헌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번 선거에서 참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개헌 문제를 제대로 논의해 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