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방, 사회주의 정권 원해" vs "트럼프, '돌려보내라' 연호 안 막았다"
'인종차별 막말 파문' 트럼프 엄호 밀러, 폭스뉴스 앵커와 설전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와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민주당의 여성 유색인종 초선의원 4명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미국이 싫으면 떠나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막말로 파문에 휩싸인 것을 두고서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매체이지만, '간판 진행자' 월리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송곳 질문 공세로 파고들면서 신경전이 고조됐다.

특히 밀러 선임고문은 이들 4인방이 '사회주의 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주장까지 펴면서 2020년 대선 국면에서 이 이슈를 선거 쟁점화,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겠다는 전략도 분명히 드러냈다.

밀러 선임고문은 트럼프 행정부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백악관 내 최고 강경파로 꼽힌다.

밀러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방송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 이들 4인방을 향해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미국, 지금 건설된 그대로의 미국을 혐오한다"며 "그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허물어뜨리길 원한다.

그리고 사회주의 정부, '열린 국경' 정부가 되길 원한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세계 무대에 올라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미국을 우선에 두겠다'고 말하는 것과 '미국과 미국국민은 우선시 돼선 안 된다'고 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간극이 있다"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투표함까지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누군가를 비판했는데 그 사람이 다른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으로 연결되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그는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란 이민 정책과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비판하고 '어디서 태어났느냐'를 물어도 인종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빗대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 역시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정곡을 찔렀다.

이에 밀러 선임고문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 정치 집회 때 유세장을 뒤덮은 군중들의 "돌려보내라(send her back)!" 연호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이끈 것이 아니다'라고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을 거론하며 논란 차단을 시도했다.

이에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이 다 벌어지고 나서야 상황 정리에 나섰다"고 끼어들었다.

월리스는 "미안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3초간 연호가 이어지도록 놔뒀다.

연호가 잦아든 후에서야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에서 연호에 대한 어떠한 우려도 표명하지 않았고 집회 후 관련 트윗도 올려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밀러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연호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밀러 선임고문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꼬리표는 "이 나라의 극좌 민주당 인사들이 자신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고 응징하고 짓밟으려 할 때 자주 써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흑인 실업률 현황이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미국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폭스뉴스 주말 앵커들을 보는 것은 낮은 시청률의 CNN방송을 보는 것보다 더 나빴다"며 폭스뉴스를 향해 '초심'을 잃었다고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폭스뉴스가 민주당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잇따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리스를 향해서도 민주당의 최연소 대선주자이자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에 우호적 언급을 내놓은 것을 두고 "결코 나에 대해서는 좋게 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