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우방 4개국 순방 및 미국 경유 외교를 마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수행원의 전용기를 이용한 대규모 면세 담배 밀수사건으로 인해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23일 빈과일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차이 총통의 순방에 동행한 국가안전국(NSB·국가정보원 격) 직원 우쭝셴(吳宗憲)이 총통 국빈 방문 시 화물에 대한 세관 검사가 생략되는 점을 이용해 면세 담배 9천800보루를 밀수하려던 것을 적발했다.

현지언론은 대만 조사국이 이미 지난 19일 우 씨가 면세 담배를 밀수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관세행정을 담당하는 재정부 관무서(關務署)와 연합조사팀을 구성해 조사 중이었다고 전했다.

연합조사팀은 지난 22일 오후 총통 전용기가 대만 타오위안(桃園) 공항에 착륙한 후 면세 담배를 가득 싣고 VIP 이동로로 이동하는 화물차 5대를 급습해 밀수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 순방 수행원, 전용기 이용 대규모 담배 밀수 '파문'
관무서의 조사에 따르면 우씨는 총통의 전용기가 출국하기 전에 구매해 중화항공 기내식 창고에 숨겨 둔 면세담배 9천200 보루와 외국에서 구매해 전용기 기내에 숨겨둔 600 보루의 면세담배를 귀국 시 VIP통로를 통해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사건 소식을 들은 차이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NSB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으며, 귀국 당일인 22일 저녁 펑성주(彭勝竹) 국가안전국 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장제(張捷) 총통부 시위장(경호실장)을 보직해임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 순방 수행원, 전용기 이용 대규모 담배 밀수 '파문'
차이 총통은 이어 우쭝셴의 행위는 매우 타당하지 못하며 중대한 기율 위반이지만 자신의 순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황궈창(黃國昌) 시대역량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국가안전국 직원인 우씨가 총통 전용기를 이용해 담배를 밀수해 이익을 꾀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NSB가 국가 안전에는 노력하지 않고 담배 밀수로 이익을 챙기는 데는 1등으로 나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만 총통 순방 수행원, 전용기 이용 대규모 담배 밀수 '파문'
NEXT TV는 조사국이 우씨 등 7명을 밤새 조사해 부정부패처벌조례 위반 등의 혐의로 타이베이 지검으로 넘겼으며, 이번 사건 관련 인원이 계속 늘어 1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관무서는 '담배주류관리법' 등의 규정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1 보루의 면세담배만을 휴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초과한 9천799 보루는 몰수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3년 이하의 유기징역 혹은 최고 1천만 대만달러(약 3억7천만원)의 벌금 부과 규정의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전용기를 제공한 대만 중화항공(中華航空)은 우씨가 면세담배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이유와 면세 담배를 중화항공 기내식 창고에 놓아두게 된 점 등에 대해 답변을 피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항공사에서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대놓고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