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어려워지면 학교법인 재산 처분 가능해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교육부, 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조건 완화
악화된 대학재정 여건 감안
'제2 명지학원 사태' 막기엔…
악화된 대학재정 여건 감안
'제2 명지학원 사태' 막기엔…
교육부가 사립대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학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 학교법인이 보유한 재산을 일부 처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다. 학령인구 감소와 ‘반값 등록금’ 정책 시행 등으로 악화된 대학의 재정 여건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학들은 처분 기준 완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여전히 교육부 규제에 가로막혀 재정 운영의 자율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교협 요구 받아들여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조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등교육 지원 방안을 논의해왔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대 학교법인이 대학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재산이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학교법인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평가액의 합을 대학의 연간 실질운영수익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100%는 사립대 설립을 위한 최소 기준선이다. 지금까지 사립대는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100%를 넘더라도 재산 처분을 위해선 동일한 수준으로 확보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체 재산을 마련해야 했다.
대학은 재정 상황이 악화돼 재산을 처분하는데 대체 재산을 마련해오라는 것은 사실상 재산 처분을 막는 규제라고 주장해왔다.
교육부는 대학 측 의견을 수용해 기준선인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100%를 넘는 대학이라면 대체 재산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재산 매각을 허락해주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교육부가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고등교육 혁신방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기준 완화가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기준선인 100% 아래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152개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65.4%에 불과했다. 30여 개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가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기준이 없던 시절 설립된 대학이나 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이 주로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고려대(29.4%)와 경희대(32.2%), 서강대(26.3%) 등 서울 주요 대학도 여기에 포함된다. 비수도권 지역 89개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49.5%에 그쳤다.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어려워 재산 처분이 필요한 대학은 이미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져 처분 기준 완화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비회계, 법인회계 통합해야”
‘제2의 명지학원’ 사태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를 비롯해 초·중·고교 등을 모두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지난해 말 4억3000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당했다. 채권자는 명지학원이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 변제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 5월 명지학원과 채권자 간 심문절차에 ‘조정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교육부에 “부채상환 및 명지학원 정상화 목적이라면 재산 처분 조건을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명지학원의 재산 처분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명지학원이 요청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면 명지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57.3%에서 22.6%로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립학교법과 대학의 재정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교육부의 입장을 교묘하게 악용한 사례”라며 “대학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제2, 제3의 명지학원이 등장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기준 완화를 넘어 대학의 재정 운영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비회계(대학회계)와 법인회계(학교법인 회계)로 나뉜 대학의 회계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조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등교육 지원 방안을 논의해왔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대 학교법인이 대학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재산이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학교법인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평가액의 합을 대학의 연간 실질운영수익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100%는 사립대 설립을 위한 최소 기준선이다. 지금까지 사립대는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100%를 넘더라도 재산 처분을 위해선 동일한 수준으로 확보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체 재산을 마련해야 했다.
대학은 재정 상황이 악화돼 재산을 처분하는데 대체 재산을 마련해오라는 것은 사실상 재산 처분을 막는 규제라고 주장해왔다.
교육부는 대학 측 의견을 수용해 기준선인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100%를 넘는 대학이라면 대체 재산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재산 매각을 허락해주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교육부가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고등교육 혁신방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기준 완화가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기준선인 100% 아래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152개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65.4%에 불과했다. 30여 개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가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기준이 없던 시절 설립된 대학이나 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이 주로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고려대(29.4%)와 경희대(32.2%), 서강대(26.3%) 등 서울 주요 대학도 여기에 포함된다. 비수도권 지역 89개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49.5%에 그쳤다. 지방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어려워 재산 처분이 필요한 대학은 이미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져 처분 기준 완화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비회계, 법인회계 통합해야”
‘제2의 명지학원’ 사태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를 비롯해 초·중·고교 등을 모두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지난해 말 4억3000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당했다. 채권자는 명지학원이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 변제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 5월 명지학원과 채권자 간 심문절차에 ‘조정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교육부에 “부채상환 및 명지학원 정상화 목적이라면 재산 처분 조건을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명지학원의 재산 처분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명지학원이 요청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면 명지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57.3%에서 22.6%로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립학교법과 대학의 재정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교육부의 입장을 교묘하게 악용한 사례”라며 “대학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제2, 제3의 명지학원이 등장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기준 완화를 넘어 대학의 재정 운영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비회계(대학회계)와 법인회계(학교법인 회계)로 나뉜 대학의 회계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