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친일(親日) 프레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철없는 친일 프레임”이라고 여권을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책골 쏘는 팀킬 행위”라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내전이 지속되면서 국회가 사실상 ‘냉전기’에 들어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을 향해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만 집착하는 어린애 같은 정치를 이제 그만 멈추고 제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지금 청와대는 오직 편 가르기 정치에 혈안”이라며 “무능을 덮기 위해 갈등만을 부추기는 정권이 절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최근 청와대와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친일·반일(反日) 프레임을 ‘편가르기를 위한 이분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을 ‘신(新)친일’에 비유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한국당을 향한 강공을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황 대표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하는 우리 정부 등 뒤에서 자책골을 쏘는 ‘팀킬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링 위에 오른 경제 한·일전에서 우리 국민과 함께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더 이상 국회 빌런(악당), 추가경정예산(추경) 빌런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강경 발언은 한국당과의 협상에서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설사 추경을 포기하더라도 한국당 요구에 쉽게 타협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 경제와 안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데 언제까지 정쟁만 벌이고 있을 수는 없다”며 “한국당 없이 민주당 단독, 혹은 야 3당과의 공조 아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민주당이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서 국회 정상화도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2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의사 일정 합의에 실패한 이후 국회가 사실상 냉전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추경안을 비롯한 핵심 법안들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20대 국회는 개헌과 개혁입법은 전혀 이뤄내지 못한 국회로 남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