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압류한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3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지방법원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 압류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3월 미쓰비시가 국내에서 보유한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 등 총 8억원 상당의 자산을 압류해 놓은 상태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과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11월 29일 한국 대법원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 지 무려 8개월째”라며 “일제에 의해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진정 어린 사죄를 해도 부족할 판에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한마디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지법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측 신청을 받아들여 매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제 현금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권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아 감정 절차도 만만찮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정희 변호사는 “법원의 심문 등에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제동원 전범기업의 한국 내 압류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 신청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신닛테쓰스미킨(현 일본제철)이 한국에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PNR 주식 19만4794주(9억7300만원 상당)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을 접수해 해당 기업을 상대로 심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징용 소송 원고 측의)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움직임이 계속돼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