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신문 "조사관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러시아산 배터리 지목"
크림 강제병합 이후 우크라이나가 수출금지한 품목…러시아 최근 국산화
14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의 연구용 핵추진 잠수정 화재 원인이 배터리 오작동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러시아 신문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일 노르웨이 북쪽 바렌츠해(海)에서 지형을 조사하던 자국 연구용 잠수정에 불이 나 승조원 14명이 숨졌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언론은 불이 난 잠수정이 극비로 운용된 핵 추진 소형 잠수함이라고 보도했고, 서방 언론은 '로샤리크'라는 별칭이 붙은 이 잠수정이 해저 통신 케이블 도청과 절단 등 작전을 수행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당국도 이 잠수정이 핵 추진 선박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고 경위와 사후 처리 등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는 사고 조사관이 가장 유력한 잠수정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오작동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잠수정에는 성능 검증된 우크라이나산 배터리가 사용됐는데, 사고 당시에는 러시아가 국산화한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잠수정에 사용된 고성능 배터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오던 다수의 군수품 중 하나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후 우크라이나가 대(對) 러시아 수출을 금지한 품목이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우크라이나가 선박용 디젤 터빈 등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한동안 러시아는 구축함 생산도 할 수 없었다.

러시아는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던 군수 장비 및 부품 국산화를 추진했고, 최근에서야 대체품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한편, 일간 코메르산트는 잠수정 로샤리크 화재는 모(母)선과 결합한 상태에서 발생했으며, 승조원들은 러시아 해군 규정에 따라 각자 머물던 격실에서 불길을 잡으려 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델타4급 탄도 미사일 장착 가능 핵잠수함을 대대적으로 개조한 '포드모스코프예'가 잠수정 로샤리크를 심해의 작전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모선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로샤리크 운용 주체가 러시아 해군의 정규부대가 아닌 해군 작전 참모에 배속된 정보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