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올 1분기 3946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1204억원)에 비해 적자가 3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연간 적자(1778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건보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되면서 건보 보험료 지출이 급증한 탓이다.

국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건보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3%)의 약 1.8배인 36.8%에 달한다. 암 등 중증(重症)질환에 걸리기라도 하면 과중한 부담 탓에 가계가 휘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건보 재정의 건전성이다. 정부는 1분기 적자 규모를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증가폭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가파르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올해 건보 적자는 3조1636억원에 이른다. 반면 건보료 인상을 통한 재정 확충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건보 재정 고갈시기가 당초 2025년에서 1~2년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기 내에는 문제가 없다”며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쇠’다.

의료 문턱을 한꺼번에 낮춘 탓에 각종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용·성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진료에 건보를 적용하면서 ‘의료쇼핑’이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국민 한 명당 외래진료 횟수가 연 16.6회로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를 훨씬 웃돌았다. 가속화되고 있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지방·중소 병원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지방과 1차 의료 체계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면 지속할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와 저출산 속도를 감안하면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건보 보장 범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국민 건강을 지키는 건강보험이 계속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