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직업선택 십계명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직업과 직장 선택에 관한 것이다. 우연히 ‘거창고 직업선택의 십계명’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고(故) 전성은 거창고 교장이 학생들을 위해 쓴 글이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등이다.

학생들은 이를 보고는 “왜 월급을 적게 주는 회사에 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되묻는다. 계명이 전하는 메시지는 돈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택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잘 택하라는 뜻이다.

많은 직장인이 평균 3~4회 직장을 옮긴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 돈이 기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돈보다는 자신이 좋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더 중요하다.

승진이 안 되는 곳으로 가라는 계명에도 많은 질문이 있었다. 회사 내에서도 승진이 어려워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아마도 이 계명의 의미는 승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기의 본분에 늘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라고 본다.

작년 세종대에서 정년퇴직한 한 교수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대학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은퇴 후이긴 하지만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점에선 직업선택과 다를 바 없다. 자신보다는 빈민을 위한 교육 활동과 봉사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할 때면 반찬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정량만 가지고 올 정도로 근검절약을 실천했던 분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나 일을 할 수 있다. 위의 직업선택 십계명을 액면 그대로 실천하라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금전적인 것보다는 일의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라는 의미다. 대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기보다는 이웃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