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보과장 징역 2년 6개월, 정보계장 2년 구형…"반성없이 책임회피"
서로 책임 전가…"직원이 알아서 한 일" vs "상급자 지시를 따른 것"
'삼성 시신탈취' 돕고 돈 받은 경찰들에게 징역형 구형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 씨의 '시신 탈취'를 돕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들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모 씨와 정보계장 김모 씨의 부정처사후수뢰 등 사건 결심 공판에서 "법정에서도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국민의 봉사자가 아닌 재벌의 봉사자를 자처하며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며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공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삼성과 유착해 수많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씨는 책임자임에도 밑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사실관계를 은폐해 윗선을 보호하고 있다"며 "김씨도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나 112 신고가 하씨의 지시였다는 등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 일부를 법정에 와서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들은 범행할 때 죄의식이 없었고, 현재도 반성 없이 책임을 전가하려는 노력만 한다"며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훼손된 법치주의의 근간을 재확립하기 위해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하씨와 김씨는 2014년 5월 삼성전자 노조원인 염씨가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삼성 측에서 유서 내용과 달리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씨 부친을 설득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하씨는 휘하 경찰들에게 삼성과 염씨 부친의 협상을 돕고, 허위 112 신고나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브로커와 함께 염씨 부친을 설득하고, 염씨 부친이 노조원들 모르게 삼성에서 합의금을 받도록 직접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후 삼성 측이 두 사람에게 김씨를 통해 감사 인사 명목으로 1천만원을 제공했고, 이들이 이 돈으로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양복을 맞춘 정황도 파악했다.

하씨와 김씨는 법정에서 "직원이 알아서 한 일" 혹은 "상급자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날도 김씨 측은 "이 사건은 하씨가 주도했고, 다른 경찰들은 하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했고, 하씨 측은 "하씨가 지시했다는 사람은 없고, 불리한 진술은 김씨만 한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씨는 최후 변론에서 "모든 업무를 하면서 삼성을 위한다거나 대가를 바라고 부당한 업무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다만 나이 많은 계장이 돈을 받아온 데 대해 모질게 하지 못한 상급자로서의 책임은 미루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돈을 왜 받았는지 후회 남는다"며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내가 잘 판단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최종적으로 판단을 잘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울먹였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 신문 때 이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여러차례 질의했으나, 하씨와 김씨는 이를 부인했다.

자체적으로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올해 5월 경찰청 정보국 김모 경정(노정팀장)과 강남서 정보관 등도 이번 사건에 개입돼 있지만,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씨와 김씨에 대한 선고 기일은 9월 6일 오후로 예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