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기 좋은 시기를 일컫는 ‘오일육(5월 16일)부터 십이십이(12월 12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비수기는 존재한다. 따가운 햇볕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나는 이맘때다. ‘보릿고개’인 이 시기를 넘기기 위해 골프업계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전엔 ‘금기’로 여겼던 반바지 허용이 대표적인 예. 골프부킹사이트 ‘엑스골프’에 따르면 2014년 10여곳이었던 반바지 허용 골프장은 2019년 160여개까지 늘어났다.

대표적인 명문 회원제 골프장인 남서울CC는 최근 반바지 차림을 허용했다. 블루마운틴CC 역시 반바지 차림으로 골프할 수 있는 회원제 코스다.

인천 스카이72GC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갔다. 올해 여름부터 골퍼들의 라운드 티 착용을 허용했다. 그동안 옷깃이 있는 ‘폴로 형’ 상의는 골프장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여겨졌던 금기 중 금기다. 하지만 이를 내려놨다. 단추 하나 차이로 체온의 변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만큼 스카이72 측은 이번 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카이72 측은 “폭염 시즌을 맞이해 골퍼들의 쾌적한 라운드를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이번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호응을 받은 아이스크림, 아이스커피 무료 제공 서비스도 유지한다. 대형 부채, 안면 타올, 식염포도당을 제공하는 것도 그대로다. 최근에는 야간 골프에서 골퍼들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세스코와 협약해 해충방제 시스템까지 가동했다. 박석철 스카이72 고객서비스실 실장은 “여름이 골프 비수기라는 공식을 깰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킹포털 사이트인 엑스골프는 반바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예약 시 골프장 이름 옆에 반바지 모양의 사인을 붙여 해당 골프장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지 알려준다. 반바지 라운드 인증 샷을 올리면 추첨으로 경품을 주는 행사도 한다.

골프예약서비스 카카오VX는 ‘게릴라 성’ 비를 만난 골퍼들에게 우산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이 그려진 우산을 받을 수 있다. 우중 라운드 인증샷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을 게재하는 식이다. 캠페인 이름이 ‘언제나 골퍼 생각’이다.

일부 골프장은 그린피를 대폭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티스캐너는 여름 손님을 잡기 위해 제주 골프장들과 협업해 다음달 말까지 그린피를 최대 35% 할인된 가격인 5만원대에 제공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