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하이일드 펀드 내년까지만 공모株 배정…주관사 자율배분 물량 늘린다
마켓인사이트 7월 25일 오후 3시11분

앞으로 상장주관사가 기업공개(IPO) 물량의 절반 이상을 자율 배정하게 된다. 특정 펀드에 의무적으로 배정되는 공모 물량이 주관사 재량으로 넘겨지고, 대형 기관투자가를 사전 유치하는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단타가 기승을 부리는 공모주 시장이 기관투자가 위주의 장기 투자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주관사 역량에 따라 IPO 기업의 공모 성패가 좌우되는 구조가 되면서 대형 증권사가 상장 주관 업무를 싹쓸이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성 물량 배정, 단계적 폐지

25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상장 주관사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IPO 시장 혁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책성 펀드에 공모주를 강제 배정하는 제도가 내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구체적으로는 하이일드펀드(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에 유가증권 및 코스닥 IPO 물량 10%를 배정토록 하는 규정이 2021년부터 사라진다.

코스닥 IPO 물량의 30%를 배정받는 코스닥벤처펀드에는 2024년 의무할당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공제를 적용받기 위한 가입 기한은 2020년까지지만 펀드 계약기간 3년을 고려해 2023년까지는 의무할당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책성 펀드 배정 물량이 사라지면 그만큼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배정하는 공모주가 늘어난다. 코스닥 시장 공모의 경우 일반 투자자 몫 20%를 제외한 최대 80%까지 주관사 배정 물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은 일반 투자자 20%와 함께 사내근로복지기금법에 따라 우리사주 20%가 의무적으로 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60%가 주관사가 자율배정할 수 있는 물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 육성이나 중소기업 지원 등을 위해 특정 펀드에 공모 배정 혜택을 주던 정책은 시장 자율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IPO 시장에 공적 개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너스톤 제도 등 장기투자자 우대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활성화된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 도입도 공모 시장에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코너스톤 인베스터는 IPO 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속하는 대형 기관투자가를 말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 연기금 등에 코너스톤 인베스터 자격이 주어질 전망이다. 홍콩에선 IPO 물량 중 코너스톤 비중이 2014년 30%에서 2016년 60%까지 높아지는 등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가 코너스톤 인베스터를 잘 유치하면 IPO 흥행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과도한 할인율을 책정할 이유도 없어질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IPO 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관사 권한과 책임 강화

주관사 책임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현행 20억원이 상한인 IPO 기업 부실 실사에 대한 과징금 한도를 대폭 올리거나 아예 제한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가 증권신고서 상 인수인 의견으로 기재를 한 경우에만 과징금을 부과하던 것에서 부실 증권신고서를 승인한 것만으로도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책임 범위도 확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숙원인 코너스톤과 자율배정이 도입되더라도 책임범위가 강화됨에 따라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중소 증권사들은 IPO 주관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형 증권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