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 SK하이닉스, "D램도 감산" 전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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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이익 6376억
11분기 만에 1兆 밑으로
11분기 만에 1兆 밑으로
SK하이닉스가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내놓고 D램 감산을 전격 결정했다. 반도체 수요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겹친 데 따른 ‘극약처방’이란 분석이 나온다.
본지 7월 10일자 A1·6면 참조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이 6조4522억원, 영업이익은 637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7%, 영업이익은 88.6%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건 2016년 3분기(7260억원) 후 11분기 만이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7441억원)도 14.3% 밑돈 어닝 쇼크다.
반도체 가격 급락과 수요 부진의 영향이 컸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은 2분기에 각각 24%, 25% 떨어졌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 감산 규모를 확대하고 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량도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공식 언급한 건 2008년 9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차 부사장은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 일부를 CMOS이미지센서 생산용으로 전환한다”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 모를 반도체 불황…SK하이닉스, 11년 만에 감산 '극약처방'
SK하이닉스가 주요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니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여서라도 반도체 업황 악화를 늦춰보겠다는 의도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서버 업체는 투자를 줄이고, 스마트폰은 예상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감가상각비가 큰 데다 장기적인 업황 예측이 어려운 반도체업계에서 웬만해선 감산에 나서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업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실적 얼마나 안 좋길래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4~6월)에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은 쏟아지는 데 비해 수요는 위축되면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4%, 낸드플래시는 25% 급락했다.
하반기 전망도 안갯속이다. ‘큰손’ 고객인 서버 업체들이 여전히 투자를 주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버 업체가 쌓아둔 D램 재고는 작년 말 8~9주 수준에서 올해 2분기 말에는 6주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긍정적인 신호지만 반도체업계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버 업체들의 보수적인 구매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올해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속도는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반도체업계의 재고는 더 쌓이고 있다. 김석 D램 마케팅담당 상무는 “2분기 말 D램 재고는 예상보다 늘어났다”며 “하반기 재고 감소 속도도 당초 전망보다 느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램 연간 기준 출하량(판매량) 목표도 1분기와 비교해 하향 조정했다.
마이크론 이어 감산 발표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업황 악화를 반영해 낸드플래시에 이어 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를 CMOS 이미지센서(CIS) 양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D램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CIS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올초 감산 계획을 발표한 낸드플래시는 감산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웨이퍼 투입량을 작년보다 10% 줄인다는 방침이었으나 감산폭을 15%까지 늘리기로 했다.
수조원 규모의 투자도 연기할 예정이다.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를 수요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잇따라 감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각각 5%, 1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생산 조절’은 없다는 원칙을 밝혀왔지만 공정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품목별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시바메모리는 ‘비자발적인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요카이치 낸드 공장 정전 사고로 6엑사바이트(EB·기가바이트의 10억 배) 규모의 웨이퍼가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고용량·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경기 하강국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 및 2세대(1Y) 생산 비중을 올해 말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하반기부터 최첨단인 96단 4D 낸드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128단 1Tb(테라비트) TLC(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의 양산을 서두르기로 했다.
문제는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움직임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렸다. 규제가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차 부사장은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재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거래업체 다변화, 공정 투입 최소화 등을 통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
본지 7월 10일자 A1·6면 참조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이 6조4522억원, 영업이익은 637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7%, 영업이익은 88.6%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건 2016년 3분기(7260억원) 후 11분기 만이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7441억원)도 14.3% 밑돈 어닝 쇼크다.
반도체 가격 급락과 수요 부진의 영향이 컸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은 2분기에 각각 24%, 25% 떨어졌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 감산 규모를 확대하고 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량도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공식 언급한 건 2008년 9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차 부사장은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 일부를 CMOS이미지센서 생산용으로 전환한다”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 모를 반도체 불황…SK하이닉스, 11년 만에 감산 '극약처방'
SK하이닉스가 주요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니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여서라도 반도체 업황 악화를 늦춰보겠다는 의도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서버 업체는 투자를 줄이고, 스마트폰은 예상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감가상각비가 큰 데다 장기적인 업황 예측이 어려운 반도체업계에서 웬만해선 감산에 나서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업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실적 얼마나 안 좋길래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4~6월)에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은 쏟아지는 데 비해 수요는 위축되면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4%, 낸드플래시는 25% 급락했다.
하반기 전망도 안갯속이다. ‘큰손’ 고객인 서버 업체들이 여전히 투자를 주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버 업체가 쌓아둔 D램 재고는 작년 말 8~9주 수준에서 올해 2분기 말에는 6주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긍정적인 신호지만 반도체업계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버 업체들의 보수적인 구매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올해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속도는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반도체업계의 재고는 더 쌓이고 있다. 김석 D램 마케팅담당 상무는 “2분기 말 D램 재고는 예상보다 늘어났다”며 “하반기 재고 감소 속도도 당초 전망보다 느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램 연간 기준 출하량(판매량) 목표도 1분기와 비교해 하향 조정했다.
마이크론 이어 감산 발표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업황 악화를 반영해 낸드플래시에 이어 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를 CMOS 이미지센서(CIS) 양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D램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CIS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올초 감산 계획을 발표한 낸드플래시는 감산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웨이퍼 투입량을 작년보다 10% 줄인다는 방침이었으나 감산폭을 15%까지 늘리기로 했다.
수조원 규모의 투자도 연기할 예정이다.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를 수요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잇따라 감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각각 5%, 1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생산 조절’은 없다는 원칙을 밝혀왔지만 공정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품목별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시바메모리는 ‘비자발적인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요카이치 낸드 공장 정전 사고로 6엑사바이트(EB·기가바이트의 10억 배) 규모의 웨이퍼가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고용량·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경기 하강국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 및 2세대(1Y) 생산 비중을 올해 말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하반기부터 최첨단인 96단 4D 낸드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128단 1Tb(테라비트) TLC(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의 양산을 서두르기로 했다.
문제는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움직임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렸다. 규제가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차 부사장은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재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거래업체 다변화, 공정 투입 최소화 등을 통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