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72억달러(약 19조원)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20% 성장했다. 과거엔 면세점 내국인과 외국인 고객 비중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2012년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외국인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특히 3년 전부터는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서 중국 소매시장에 내다 파는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외국인의 면세점 매출 비중이 78%까지 높아졌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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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따이궁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1인당 면세점 구매액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2009년엔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약 1.5배 더 돈을 썼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7.1배로 차이가 커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쓴 금액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영향을 받기 이전인 2016년보다 147%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입국자가 7% 증가한 것과 비교해 외국인의 면세점 구매액은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중국 따이궁들의 구매 채널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장품은 국내 면세점산업이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면세점 화장품 매출은 2016~2018년 연평균 31% 증가했다. 매출 비중은 2016년 51%에서 올해 62%로 높아졌다. 화장품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한국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 덕분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18년 면세점 구매액을 나라별로 보면, 중국인이 쓴 돈이 73%(인원 비중은 27%)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이 10조727억원(면세점 전체 매출의 62%)인데, 중국인이 구매한 액수가 약 8조~9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중국 소매 가격으로 환산하면 60조~65조원 규모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면세점을 거쳐 유통되는 화장품이 금액 기준으로 약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를 볼 때 중국의 한국 면세점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는 성급해 보인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한국 면세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중국 젊은 소비자의 명품 소비에 관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 정보를 얻는 주요 채널로 응답자의 96%(복수 응답)가 ‘입소문’을 꼽았다. 94%는 ‘인플루언서’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보고서가 입소문의 범주에 따이궁을 별도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따이궁과 인플루언서, 즉, 왕훙(網紅·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중국말)이 제품 마케팅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중국 내 소비재 유통 구조에서 따이궁과 왕훙에게 한국 면세점이 주요 상품 공급원이 되고 있는 만큼 이 생태계에서 한국 면세점의 위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한국 면세점은 따이궁과 왕훙의 주요 상품 공급원이다. 국내 면세점이 중국 소비재 공급의 도매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체계가 바뀌려면 한국 면세점과 중국의 유통 가격 차이가 없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 면세점에서 유통되는 제품 가격은 중국 내수 유통 가격보다 평균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중국 면세점이 국영의 독점 구조로 높은 마진(이익률)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통한 매출 경쟁을 하지 않는 탓이다.

한국 면세점, 매년 20% 고속성장…K뷰티 주요 판매 채널로 부상
국내 면세점의 체계적인 리스크, 즉 따이궁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은 중국 국영 면세점의 독점 구조가 무너지고 경쟁 체제로 가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중국 경제 구조상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인의 글로벌 화장품 구매가 대중화되기 위해선 소득 수준 향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국 브랜드 성장을 위해 중국 정부가 해외 브랜드의 해외 시장 유통을 일정 부분 통제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junghyun.yu@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