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창업자 쑨위천 "취소 아닌 연기" 주장…"과도한 마케팅 사과"
현지 언론 "출범 자금모집·돈세탁·성매매 알선 등 혐의 조사 중"
역대 최고 경매 낙찰가로 화제가 됐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점심 이벤트가 사실상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워런과 한 끼 식사를 하는 대가로 457만 달러(약 53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중국의 청년 가상화폐 창업자가 몸이 아프다면서 약속을 미뤄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불법 자금 모집·돈세탁 등 다양한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출국 금지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가까운 시일 안에 버핏과의 점심 자리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25일 중국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가상화폐 트론(TRON) 창업자인 쑨위천(孫宇晨·저스틴 쑨)이다.

29세 청년 사업가인 쑨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대 가상화폐 중 하나로 손꼽히는 트론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일 457만 달러를 내기로 하고 이달 25일 미국에서 예정된 버핏과의 점심 참가 자격을 낙찰받았다고 공개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23일 돌연 신장결석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25일 버핏과의 점심 약속이 부득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약속된 돈을 자선단체에 예정대로 기부했고, 건강이 회복되면 버핏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력 경제 매체 차이신은 쑨이 당국의 조사 선상에 올라 출국 금지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그가 참가하지도 못할 행사에 거액의 돈을 써 자기 홍보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가 작은 호재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상화폐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차이신은 국가인터넷금융리스크전담대응소조 판공실이 불법 자금 모집, 돈세탁, 성매매·도박 관련 혐의 등으로 쑨을 조사 중이며 그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그는 2017년 트론을 출시해 가상화폐 업계에서 성공적인 청년 사업가로 급부상했다.

트론의 시총은 절정이던 2018년 4월 102억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28억달러 정도로 축소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가상화폐 발행은 물론 거래소 운영까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쑨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트론 사업 기반을 싱가포르로 옮겼지만 고객 다수가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 정부가 강력히 처벌하는 성매매와 도박 혐의까지 얹어져 있다는 점에서 쑨이 처벌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쑨은 가상화폐 사업과 별도로 페이워(陪我)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 사업에도 관여했다.

이 앱은 익명 대화로 데이트 등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을 찾아주는데 중국 당국은 이를 매개로 성매매와 도박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증폭되자 쑨은 이날 새벽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버핏과 점심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과 저 자신을 홍보하려는 사심(私心)이 있었는데 언행이 성숙하지 않다 보니 점차 과도한 마케팅이 되고 말았다"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