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협정으로 포기된 건 외교보호권…개인 청구권은 남아"
"日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명백한 보복"
中징용공 피해자와 日기업 화해 중재…"한일 국민간 교류가 중요"


"당초 일본 정부 측은 '징용공' 문제가 계기가 됐다고 명백히 밝혔습니다.

그러므로 징용공 문제에 대한 보복이 틀림없는 것이죠."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어 한일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한국의 기간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한국 기업의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을 골라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또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건건이 승인받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수출을 통제하는 두 번째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신뢰가 깨진 한국과의 '무역관리 재검토'라는 억지 논리를 펴면서 작년 10월 한국대법원이 내린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통하는 우치다 마사토시(74) 변호사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정부의 수출규제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잘라 말했다.
日 저명변호사 "한국대법원 징용배상 판결, 국제법 위반 아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이) 징용공 문제에서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한 만큼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등 일본 여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수차례나 제 입으로 보복 조치임을 사실상 시인했는데, 달리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한국대법원 판결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상태가 됐다며 한국 정부가 이를 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끝내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로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1항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우치다 변호사는 식민지 지배에 따른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의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대법원 판결 취지라며 이 협정으로 포기된 것은 외교적 보호권(국가가 외국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권리)이지 개인청구권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치다 변호사는 이 판결 취지는 원래 일본 정부의 견해이기도 했다면서 한국대법원 판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인청구권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치다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양국 관련 기업이 기금을 만들어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거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독일 사례를 참고해 기금을 만들어 해결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무기를 마구 사들이는 것을 그만두면 아낀 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日 저명변호사 "한국대법원 징용배상 판결, 국제법 위반 아냐"
우치다 변호사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의 화해 작업에 참여해 큰 역할을 했다.

2000년 하나오카(花岡) 사건 화해, 2016년 미쓰비시(三菱)머티리얼 화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오카 사건은 태평양전쟁 말기 아키타(秋田)현 하나오카광산에 강제 연행됐던 중국인들이 학대와 차별에 항의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가 수백명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2000년 도쿄고등법원 판결로 가해의 주체였던 가시마구미건설이 피해자 대리인인 중국적십자회에 5억엔을 내면서 일단락됐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들이 2014년 중국 법원에 제기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2년 만에 피해자 3천765명에게 1인당 10만위안(약 1천654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를 했다.

그는 이들 사례를 거론하면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작년의 한국대법원 판결 이후로는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과 원고 측이 화해안을 도출하기 위한 협의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우치다 변호사에 따르면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노동 사건과 관련해 중·일 양국은 1972년 수교의 기반이 된 공동성명 제5항에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나중에 중국인 피해자들과 일본 관련 기업 간의 화해에 특별히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하나오카 화해 등이 성립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역사, 특히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없던 이런 요소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 1998년의 '한일공동선언', 2002년의 평양선언에 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청구권협정에서 빠졌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조언했다.

우치다 변호사에게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라끼리는 어떻든 민중(국민)끼리는 결코 싸움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때일수록 한일 양국 국민 간의 교류야말로 한층 중요합니다.

서로 냉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치다 변호사는 "내 견해는 개인의 특이한 생각이 아니고, 전 내각 법제국장 등 일본 정부 고위층이던 사람을 포함해 많은 학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자각한 시민(일본인)의 공통된 견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日 저명변호사 "한국대법원 징용배상 판결, 국제법 위반 아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