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BMW i3 모습.
2019 BMW i3 모습.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는 미래 자동차로 손꼽힌다. 준수한 주행 성능과 주행 거리 확보, 충전소 보급 등이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BMW는 2013년부터 전기차 i3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i3는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차종이다. 제주도에서 렌터카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 전기차인데다 B필러를 생략한 탓에 1열 도어만 있는 듯한 외관은 앙증맞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15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가격에 비해 부실한 인테리어

i3의 인테리어와 기능은 ‘미니멀라이즈’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와 몇 개의 버튼 정도가 전부이기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어딘가 생략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출하다. 1열과 2열 시트 역시 별다른 특징은 없다.
2019 BMW i3 모습.
2019 BMW i3 모습.
고급스러운 질감이나 편의·첨단사양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내부는 패브릭 재질로 마감됐고 시트 포지션은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차선 이탈 방지(LKA), 사각지대 센서(BSA) 등의 기능도 없다. 그나마 앞차 속도에 따라 속도를 조정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 탑재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가격. BMW i3의 가격은 6000만~6560만원에 달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자동차라면 첨단 옵션을 모두 집어넣고 인테리어는 최고급 가죽으로 마감해도 모자랄 가격이다.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차량은 아니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3의 존재 이유는 ‘친환경’

인테리어와 편의 사양에 걸맞지 않게 가격이 비싼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배터리 가격이 비싸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차 가격의 약 50%에 달한다. i3는 배터리 용량을 37.9kWh(120Ah)로 확대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248km에 달한다.
BMW i3는 B필러를 생략한 것이 특징이다.
BMW i3는 B필러를 생략한 것이 특징이다.
최고급 스포츠카에나 적용되는 카본파이버 강화플라스틱(CFRP) 프레임도 들어갔다. CFRP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에 달한다. 강도는 확보하며 무게는 줄여 전기차 성능을 끌어올린 것.

친환경성도 뛰어나다. BMW는 CFRP 생산 에너지원으로 수력발전을 사용한다. 일반 BMW 차량 생산과 비교해 1대당 에너지는 50%, 물은 70%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I3에 사용되는 패브릭과 플라스틱 역시 재활용 소재 또는 재생 가능한 원재료로 제작됐다. 전기차는 친환경성을 갖춰야 한다는 BMW의 철학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도심 주행에 적합하지만 대중성은 낮아

i3의 주행감은 경쾌하다. 회생제동 탓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가 감속하긴 하지만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쏜살같이 치고 나간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길에서 브레이크를 쓸 일이 줄어들고 이 과정에서 배터리도 약간이나마 충전된다. 248km의 주행 가능 거리, 최고출력 170ps,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갖춰 도심주행에 최적화된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충전도 전용 설비가 있다면 4시간으로 충분하다.
2019 BMW i3는 도심 주행에서 아쉬울 것 없는 성능을 갖췄다.
2019 BMW i3는 도심 주행에서 아쉬울 것 없는 성능을 갖췄다.
비싼 가격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양은 i3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2014년 국내 선보인 후 판매량이 1340대 수준에 그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하려면 주행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첨단 자율주행 기능은 최대한 담아낼 필요가 있다.

대중성과는 별개로 i3를 지속 생산하는 BMW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i3는 제조원가가 높은데다 판매량은 적다. 도심주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타사 대비로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문제도 있다. 회사의 수익만 고려한다면 i3 생산을 멈춰도 이상하지 않다.

BMW가 i3를 비롯한 전기차를 지속 생산하고 기술 확보에 노력하며 양산차를 선보이는 것은 사업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기업이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행위는 박수를 받기 충분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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