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장벽 앞에 선 여성 위한 스타트업 창업
유료 회원권이지만 시즌1 프로그램 '매진' 호응
"여성들 연결되는 세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이같은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는 '글로벌 대세'다. 2016년 뉴욕에서 처음 만들어진 '더 윙'은 미국을 넘어 런던·토론토(예정) 등 전세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회원비가 월 185달러(약 22만원)지만 8000명의 여성들이 가입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진아 빌라선샤인 대표(36‧사진)는 한국의 '더 윙'을 꿈꾼다. 그녀가 밀레니얼 여성들을 위한 유료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을 창업한 이유다.
빌라선샤인은 '외롭지 않은 기획자 학교', '모닝뉴먼스 클럽', '선샤인소셜 클럽' 등 여성을 위한 강연과 프로그램을 3개월 단위 시즌제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5~7월 진행된 빌라선샤인 시즌1은 모두 매진돼 총 82명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홍 대표는 워커홀릭이었다. 일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좋았다. 하지만 여성이라서 사회에서 부딪치는 한계 앞에서 막막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빌라선샤인 창업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어느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열심히 해도 40대 이후에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어요. 결혼한 여자 선배들은 가정으로 돌아갔고, 다른 여자 선배들은 승진을 못하고 시니어 매니저에 머물러 있었죠. 막막하더군요. 저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친구나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았습니다."
고민의 공감대는 넓었지만 창업은 순탄치 않았다. 홍 대표는 빌라선샤인 정식 오픈 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엔 서울 을지로에 있는 바를 빌려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운영해보니 수요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빨리 방향을 틀었다. 롤모델 격인 더 윙의 '공간' 특성보다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바는 밤에 운영하니까 낮에는 닫잖아요. 싼 값에 한 달 정도 빌렸어요. 프리랜서나 일할 공간이 필요한 여성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부딪쳐보니 다르더군요. 정작 사람들이 오질 않았어요. 수요 조사를 통해 스페이스보단 커뮤니티가 적합하단 판단을 내렸어요. 올해 3월에 소셜벤처 육성기업 투자를 받아 여성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홍 대표는 새로운 생애주기를 맞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빌라선샤인은 시즌1에서 평범하지만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주택청약 강연을 위해 부동산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공구 사용법 워크숍을 기획하기도 했다. 여성 커리어나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한 소셜클럽도 진행했다.
"스무 살에 대학가서 졸업한 뒤 취직하고, 결혼 해서 아이 낳고. 이런 식의 당연한 생애주기가 있었죠.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생애주기를 비껴가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안 돼있죠.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시기가 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니, 밀레니얼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사업으로 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빌라선샤인을 운영하면서 회원들 일상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홍 대표는 "회원들로부터 '여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화장, 남자친구, 결혼 이야기를 하지 않는 커뮤니티는 처음'이란 말을 들은 게 기억에 남는다"라며 웃어보였다.
시즌1을 곧 마치는 빌라선샤인은 9~11월 시즌2를 시작한다. 시즌1이 강의나 프로그램에 집중했다면 시즌2에서는 '연결'에 보다 집중할 예정이다. "대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한다"는 회원들 피드백에 따른 결정이다.
홍 대표는 빌라선샤인을 전국적 서비스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주고 받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 서비스도 기획해나갈 생각이다.
"우선 서울 기반으로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뒤 전국의 여성들이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곳으로 키우고 싶어요. 앞으로 미디어나 여행 관련 브랜드도 내볼 계획입니다. 빌라선샤인이 밀레니얼 여성들의 일과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