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진상조사위 활동 종료…책임자 윗선은 못 밝혀
제도개선 권고 27건 완료…쌍용차 손배 소송 취하 권고 등은 불수용
경찰청장 "인권에 대한 이해 부족했다"…인권침해 사건 사과
경찰이 26일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용산 화재 참사 등 경찰에 의한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회'에서 "경찰력은 어떤 경우에도 남용돼서는 안 되며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기도 했고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그로 인해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등 고통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도 희생되는 등 아픔도 있었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고 순직한 경찰관 가족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했다.

민 청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피해 회복과 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위원회 권고를 존중해 경찰 운영의 제도와 시스템을 인권 친화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7년 8월 발족한 진상조사위는 그동안 ▲ 백남기 농민 사망 ▲ 쌍용차 파업 ▲ 용산 화재 참사 ▲ KBS 공권력 투입 ▲ 공익신고자 사건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시신 탈취 ▲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 ▲ 가정폭력 사건 진정 등 총 10개 사건을 조사해왔다.

진상조사위는 그동안 경찰이 자행한 다수의 인권침해 사례를 밝혀내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 권고에 따라 경찰은 쌍용차 노조원들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고 제도 개선 권고 35개 과제 가운데 27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장 "인권에 대한 이해 부족했다"…인권침해 사건 사과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을 계기로 집회·시위 현장에 대화 경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살수차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경찰특공대 투입과 테이저건·다목적발사기 사용도 금지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불법 사찰 논란을 빚은 정보 경찰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경찰은 정보 활동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준법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통제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경찰의 법 집행으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면 진상조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 권고 가운데 8개 미완료 과제는 올해 안에 완료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제도개선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사건의 윗선을 규명하지는 못하는 등 진상조사위 활동의 한계도 있었다.

우선 강제적 수사권이 없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됐다.

조사 대상이 '경찰청 및 소속 공무원'으로 규정돼 전직 경찰관 등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진상조사위 자료 요청에 경찰이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지적은 빠진 채 경찰 대응만을 문제 삼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진상조사위의 권고 자체를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민중총궐기 집회, 쌍용차 파업 농성 강제진압과 관련해 국가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9년 쌍용차 파업 농성 당시 경찰이 본 인적·물적 피해와 관련해 쌍용차 노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해 주최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경우 최근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은 당초 경찰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의 약 절반가량인 1억9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화해 권고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