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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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부산항이 비어가고 있다. 일본으로 여행가는 승객들의 승선 취소가 잇따르면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여객 수요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았지만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 일본 여행 취소를 장려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 여행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활기 잃은 부산항, 승객 37% 감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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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본 쓰시마(대마도)로 여행을 가려던 50대 부산시민 이모씨는 여객선 승선 일정을 취소했다. 대마도는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데다 감성돔, 오징어 등 어종이 풍부해 낚시가 취미인 이씨가 한해 2~3번씩 드나들던 여행지였다. 하지만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씨의 발목을 잡았다. 이씨는 “처음엔 주위에서 일본제품을 불매하자는 정도였는데 이젠 일본으로 여행도 가지말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여행 가고 싶진 않아 대마도 여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지난 1~24일 출국자 수(2만8557명)는 3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7%가량 줄었다. 2016년 4만5378명, 2017년 4만5184명, 2018년 4만924명 등으로 4만명대를 유지하던 7월 출국자 수가 올해 2만명 대로 뚝 떨어졌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한국국적 선사 6곳, 일본국적 선사 2곳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편을 운행하고 있다. 일본행 외에는 다른 정규노선이 없어 반일감정 확산으로 인해 받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하루 6100여명에 달하던 부산항 국제여객 이용자수는 지난 24일 1930여명선으로 급감했다.
대마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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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관광의 성수기는 8월이다. 다음달 3~4일에는 대마도 대표항구인 이즈하라항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불매운동이 길어져 8월까지 영향을 미치면 다른 계절보다 여름 매출 비중이 큰 여행업계에선 손해가 막심하다는 게 여행업계 종사자 설명이다. 부산항에서 출항하는 노선을 둔 한국국적 선사 관계자는 “전년 대비 이용객이 50%가량 줄었다”며 “승객이 적다고 배를 마음대로 놀릴 수도 없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여행 취소 장려…항공업계, 노선 축소
대마도행
대마도행
전국에서 일본 여행 취소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전남 곡성에 있는 석곡농협은 지난 22~25일 일본여행을 취소한 사람들에게 각각 쌀 10㎏씩 500포대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울산시 울주군, 충북 옥천군 등의 각 의회에서는 일본 여행 자제 등도 결의했다. 부산 영도구는 다음달 3~4일에 예정된 대마도 이즈하라항 축제에 대표단을 파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일본행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일본으로 2학기 중 수학여행을 예정했던 6개교 중 3개교가 대만, 중국 등으로 여행지를 변경했다. 한 일본행 여객선 관계자는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가는 학생들이 8~9월에 특히 많은데 여행 취소가 몰리면 최대 성수기를 놓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도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메프 투어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행 항공권 취소 비중이 5배로 급증했다고 26일 밝혔다. 국제선 항공권 환불 건수에서 일본행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넷째주 9%에 불과했지만 이달 셋째주 44%로 치솟았다. 이 기간 사이 항공권 예약 인원은 후쿠오카는 46%, 오사카는 36% 감소했다.

일본행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이미 운항 감축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4일부터 주 3회 운행하던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부산~오이타, 대구~구마모토, 부산~시가 등 3개 노선도 운항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에어부산은 9월부터 대구~도쿄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대구~오사카, 대구~기타큐슈 등 2개 노선의 운항 횟수를 감축한다. 이스타항공은 9월부터 부산~오사카, 부산~삿포로 등 2개 노선을 중지할 계획이다. 제주항공과 에어서울 등 다른 LCC도 노선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일본행 여행객이 줄어드는 등 반일 분위기가 계속되면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겠냐”며 “항공 노선 특성상 운행 중인 노선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아 동남아 등 다른 노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