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모나미 볼펜 속 숫자 '153'에 담긴 두 가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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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였던 모나미 창업주 송삼석 회장
요한복음 21장 성경 구절 의미 담아
요한복음 21장 성경 구절 의미 담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국산 펜을 쓰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모나미(MONAMI)'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와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집중 타깃으로 불매 운동에 나섰고, 이제 불길이 문구업계로 번졌다.
그동안 국내 문구용품은 일본 제품이 점령한 상태였다. 27일 문구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볼펜 시장 점유율의 약 70%를 제트스트림, 하이테크 등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고가임에도 볼 굵기가 얇고 필기감이 좋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국산 펜을 쓰자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모나미에 따르면 지난주 공식 온라인몰 이용자 수는 전주 대비 모바일에서 86.77%, PC에서 54.13% 늘었다. 매출은 무려 533.7% 증가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모나미는 국내 문구업계를 대표하는 장수 기업이다. 모나미는 1960년 회화구류를 생산하는 광신화학공업으로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59년 동안 우리나라 필기구의 역사를 이끌었다.
프랑스어로 '나의(Mon) 친구(Ami)'를 뜻하는 모나미는 1963년 5월1일 국내 최초 볼펜인 '모나미 153'을 출시했다. 지금 쓰고 있는 모나미라는 사명은 원래 153 볼펜의 이름이었다. 제품 출시 이후 국민적인 사랑을 받자 광신화학공업은 1974년 사명을 아예 모나미로 바꿨다. 모나미의 시그니처 제품인 '153 볼펜'은 모나미의 창업주인 송삼석 회장의 집념에서 시작됐다. 1962년 정동제일감리교회 장로였던 송 회장은 문구류 수입원이었던 해외 업체과 공동으로 경복궁 국제박람회를 참석했다. 당시 해외 업체 직원으로부터 처음으로 볼펜이라는 것을 접하게 된 송 회장은 열악했던 국내 필기구의 단점을 보완할 만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당시 국내에는 볼펜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연필을 깎아 쓰거나 잉크를 찍어 만년필을 쓰던 상황이었다.
송 회장은 그 자리에서 어렵게 해외 업체 직원을 설득해 유성 잉크 제조기술을 배우기로 약속받았다. 이후 잉크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패 끝에 1963년 5월1일 유성볼펜 '모나미 153'을 탄생시켰다.
153 볼펜에 대해 송 회장은 자신의 회고록 '내가 걸어온 외길 50년'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그는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에 '베드로가 하나님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송 회장은 볼펜 이름에 풍요와 신뢰를 상징하는 성경 구절의 의미를 넣고 싶었던 것이다.
송 회장은 여기에 더해 특별한 의미를 추가하고 싶었다. 그는 "'153'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아홉'을 만드는 숫자가 된다"며 '153'에서 앞의 '15'는 15원(1963년 출시 당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과 신문 한 부 가격)이라는 뜻이고 '3'은 모나미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부연했다. 15원의 의미는 누구나 볼펜을 싸게 구입할 수 있길 바라는 그의 바람이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153 볼펜은 간결한 디자인과 뛰어난 가성비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 국민 볼펜으로 자리 잡았다. 육각 형태의 바디(볼펜 축), 헤드(선 축), 노크, 스프링, 볼펜심 등 총 5개의 꼭 필요한 부품으로만 구성됐다. 제품의 육각 형태는 잘 구르지 않고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됐다.
153 볼펜은 현재까지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인 300원을 유지하고 있고 하루 평균 20만 자루를 생산한다. 자루당 길이는 14.5cm에 달하며 153 볼펜의 1년 생산량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갈 수 있는 길이가 된다.
최근에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고급화를 추진하는 등 153 볼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월 153 볼펜 출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인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을 1만 자루 한정으로 출시했다. 153 리미티드 에디션은 기존 육각 모양에 고급 메탈 바디와 고급 금속 리필심을 적용해 사양을 높였다.
올해 1월에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네오스마트펜 모나미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종이에 쓴 글을 그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로 옮겨주기 때문에 디지털과 감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 기기에 '네오노트(Neo Notes)'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스마트펜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후 인식 코드가 인쇄돼 있는 전용 노트에 필기하면 내장된 광학센서가 필기를 디지털로 변환해 스마트 기기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이 스마트펜은 14만9000원이라는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1000자루 출시 전량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제 모나미는 소비자에게 문구를 매개로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영상, 공간, 원데이 클래스 등 놀이형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15년 11월 처음 문을 연 '모나미 컨셉스토어'는 필기구를 통한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모나미의 아이덴티티와 새로운 방향성을 공간에 구현했다.
특히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모나미 본사 1층에 위치한 '모나미 컨셉스토어'에는 만년필용 잉크를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잉크 DIY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현재 모나미는 에버랜드, DDP(동대문디지털플라자), 롯데백화점 부산점, 평촌점 등에 공간을 마련하고 소비자와의 소통 확대에 주력 중이다.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은 "오랜 시간 국민 볼펜으로 사랑받은 모나미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내는 브랜드 정통성을 지킬 것"이라며 "문구 시장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트렌드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그동안 국내 문구용품은 일본 제품이 점령한 상태였다. 27일 문구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볼펜 시장 점유율의 약 70%를 제트스트림, 하이테크 등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고가임에도 볼 굵기가 얇고 필기감이 좋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국산 펜을 쓰자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모나미에 따르면 지난주 공식 온라인몰 이용자 수는 전주 대비 모바일에서 86.77%, PC에서 54.13% 늘었다. 매출은 무려 533.7% 증가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모나미는 국내 문구업계를 대표하는 장수 기업이다. 모나미는 1960년 회화구류를 생산하는 광신화학공업으로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59년 동안 우리나라 필기구의 역사를 이끌었다.
프랑스어로 '나의(Mon) 친구(Ami)'를 뜻하는 모나미는 1963년 5월1일 국내 최초 볼펜인 '모나미 153'을 출시했다. 지금 쓰고 있는 모나미라는 사명은 원래 153 볼펜의 이름이었다. 제품 출시 이후 국민적인 사랑을 받자 광신화학공업은 1974년 사명을 아예 모나미로 바꿨다. 모나미의 시그니처 제품인 '153 볼펜'은 모나미의 창업주인 송삼석 회장의 집념에서 시작됐다. 1962년 정동제일감리교회 장로였던 송 회장은 문구류 수입원이었던 해외 업체과 공동으로 경복궁 국제박람회를 참석했다. 당시 해외 업체 직원으로부터 처음으로 볼펜이라는 것을 접하게 된 송 회장은 열악했던 국내 필기구의 단점을 보완할 만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당시 국내에는 볼펜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연필을 깎아 쓰거나 잉크를 찍어 만년필을 쓰던 상황이었다.
송 회장은 그 자리에서 어렵게 해외 업체 직원을 설득해 유성 잉크 제조기술을 배우기로 약속받았다. 이후 잉크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패 끝에 1963년 5월1일 유성볼펜 '모나미 153'을 탄생시켰다.
153 볼펜에 대해 송 회장은 자신의 회고록 '내가 걸어온 외길 50년'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그는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에 '베드로가 하나님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송 회장은 볼펜 이름에 풍요와 신뢰를 상징하는 성경 구절의 의미를 넣고 싶었던 것이다.
송 회장은 여기에 더해 특별한 의미를 추가하고 싶었다. 그는 "'153'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아홉'을 만드는 숫자가 된다"며 '153'에서 앞의 '15'는 15원(1963년 출시 당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과 신문 한 부 가격)이라는 뜻이고 '3'은 모나미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부연했다. 15원의 의미는 누구나 볼펜을 싸게 구입할 수 있길 바라는 그의 바람이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153 볼펜은 간결한 디자인과 뛰어난 가성비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 국민 볼펜으로 자리 잡았다. 육각 형태의 바디(볼펜 축), 헤드(선 축), 노크, 스프링, 볼펜심 등 총 5개의 꼭 필요한 부품으로만 구성됐다. 제품의 육각 형태는 잘 구르지 않고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됐다.
153 볼펜은 현재까지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인 300원을 유지하고 있고 하루 평균 20만 자루를 생산한다. 자루당 길이는 14.5cm에 달하며 153 볼펜의 1년 생산량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갈 수 있는 길이가 된다.
최근에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고급화를 추진하는 등 153 볼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월 153 볼펜 출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인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을 1만 자루 한정으로 출시했다. 153 리미티드 에디션은 기존 육각 모양에 고급 메탈 바디와 고급 금속 리필심을 적용해 사양을 높였다.
올해 1월에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네오스마트펜 모나미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종이에 쓴 글을 그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로 옮겨주기 때문에 디지털과 감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 기기에 '네오노트(Neo Notes)'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스마트펜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후 인식 코드가 인쇄돼 있는 전용 노트에 필기하면 내장된 광학센서가 필기를 디지털로 변환해 스마트 기기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이 스마트펜은 14만9000원이라는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1000자루 출시 전량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제 모나미는 소비자에게 문구를 매개로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영상, 공간, 원데이 클래스 등 놀이형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15년 11월 처음 문을 연 '모나미 컨셉스토어'는 필기구를 통한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모나미의 아이덴티티와 새로운 방향성을 공간에 구현했다.
특히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모나미 본사 1층에 위치한 '모나미 컨셉스토어'에는 만년필용 잉크를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잉크 DIY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현재 모나미는 에버랜드, DDP(동대문디지털플라자), 롯데백화점 부산점, 평촌점 등에 공간을 마련하고 소비자와의 소통 확대에 주력 중이다.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은 "오랜 시간 국민 볼펜으로 사랑받은 모나미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내는 브랜드 정통성을 지킬 것"이라며 "문구 시장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트렌드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