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연합뉴스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연합뉴스
"'우리 형'은 더 이상 호날두가 아니다."
"이제부터 '우리 형'은 메시"
"호날두가 아닌 '날강두'"

'월드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국내 팬들을 끝까지 실망시켰다.

호날두는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와의 경기를 위해 방한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당일 오전 중국에서 출발한 유벤투스는 기상 악화로 입국이 늦어졌고, 한국 도착해서도 교통 체증으로 일정이 밀렸다.

경기 전 오후 4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호날두 팬사인회에도 호날두 대신 다른 선수가 나왔다.

팬들의 실망은 끝이 없었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킥오프 시간을 4분 넘긴 오후 8시 4분에서야 도착했다.
호날두 결장에 팬들 '실망' /사진=연합뉴스
호날두 결장에 팬들 '실망'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스탠드 6만5천여석이 가득 찰 정도로 큰 성원을 이뤘다.

팬들은 호날두가 모습을 드러내자 손을 흔들었다. 12년 만에 방한한 호날두가 상암 경기장을 뛰는 장면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호날두가 기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광판에 호날두가 잡히자 경기 초반 그의 이름을 연호했던 팬들도 후반 막바지에는 "메시" 이름을 부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호날두가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뿐만아니라 경기 직후 결장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빠져나갔다가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세징야(대구FC)의 사진 요청에는 환한 미소로 응하기도 했다.
호날두 결장에 팬들 '실망' /사진=연합뉴스
호날두 결장에 팬들 '실망'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기를 관람한 한 축구팬은 "더이상 '우리 형'(호날두 별명)은 호날두가 아니다"라며 "이제 메시를 우리 형으로 삼을 것"이라고 한경닷컴에 말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국민 사기극", "호날두가 아니라 '날강도'", "희대의 별명이 생긴 듯", "자길 보려고 몇 만 명이 경기장에 갔는데, 기분이 나빴어도 응원소리 들었음 뛰었어야지", "지금까지 이런 선수를 응원했다니 실망이다", "호날두 이용해 경기 홍보한 '더페스타'가 나빴다", "주최측은 티켓 환불해줘야 할 듯" 등 강도 높이 비판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 종료 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팬들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연맹은 "주최사인 더페스타와 호날두의 '45분 이상 출전'을 계약했고, 유벤투스와 계약서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로연맹은 선발 또는 교체 등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출전'하도록 하는 한편 '유벤투스 선수들도 주전급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호날두 결장에 팬들 '실망' /사진=연합뉴스
호날두 결장에 팬들 '실망'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호날두가 친선경기에서 뛰지 않은 건 사실상 '계약 위반'으로 유벤투스가 위약금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호날두가 '부상 또는 불가항력인 이유'로 출전하지 못한다면 증명할 책임은 주최사가 져야한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경기 후 호날두 결장 이유에 대해 "호날두가 뛸 예정이었는데,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아 안 뛰는 게 나을 것 같아 안 뛰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호날두와 유벤투스 선수단은 27일 오전 1시30분 경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12시간도 머무르지 않은 셈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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