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보험은 환테크 상품 아닙니다…잘못하면 낭패"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 통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인 외화보험. 이 상품을 ‘환테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환차익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잘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를 일부분 희생하는 보험상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화보험의 누적 판매 건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14만600건, 누적 수입보험료는 3조8000억원에 달했다. 시중에 나온 외화보험은 미국 달러보험과 중국 위안화보험 중심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환율 변동에 따라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와 수령하는 보험금의 원화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를 낼 때는 원화를 외화로, 보험금을 받을 때는 외화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을 기회도 있지만 손실 위험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은 30만달러이고, 20년 동안 매달 보험료를 750달러씩 내는 외화종신보험 상품이 있다고 하자. 가입 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었다면 첫회 보험료는 82만5000원이다. 하지만 납입 기간에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월 보험료는 97만5000원으로 뛴다. 매달 보험료 부담이 15만원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만약 보험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원·달러 환율이 900원으로 내려갔다면 보험금의 원화 가치는 2억7000만원이 된다. 가입 당시 기대했던 보험금 3억3000만원(환율 1100원 기준)보다 6000만원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외화보험을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소개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외화보험에 가입한 뒤 환율이 하락하면 환율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방법은 해지 외에는 딱히 없다. 계약을 해지하면 해약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금감원은 경고했다.

외국의 금리 수준에 연동되는 금리연동형보험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공시이율이 매월 바뀌는 이 상품은 미국이나 중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현 상황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외화보험은 보험기간이 5년이나 10년 이상이다. 향후에도 미국과 중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