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생명의 땅' 에티오피아…그리스 신전 닮은 교회가 땅 속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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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종교적 신념이 세운 건축물
암반을 땅 밑으로 깎아 만든
11개 암굴교회에 신비감 가득
종교적 신념이 세운 건축물
암반을 땅 밑으로 깎아 만든
11개 암굴교회에 신비감 가득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은 랄리벨라(Lalibela)의 암굴 교회에서 마주쳤던 순례자들의 얼굴이다. 메드하네 알렘 교회(Bet Medhane Alem)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평생에 걸쳐 와보길 소망했던 성스러운 장소에 직접 발을 들인 그 기적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경건한 얼굴의 순례자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구약성서를 믿는 사람들이 산다. 한반도 5배 넓이의 땅에 9900만 명이 살아가는데, 이 중 에티오피아 정교가 43.5%, 기독교 18.5%, 이슬람교가 33.9% 정도 된다. 랄리벨라는 에티오피아 정교의 성지다.
한때 로마, 페르시아와 함께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악숨 제국이 10세기 이후 대가뭄으로 쇠퇴하자 이슬람이 세력을 확장한다. 그러던 중 13세기 자그웨 왕조의 7대 국왕인 랄리벨라가 들어서면서 에티오피아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가 1181~1221년이다. 랄리벨라는 수도를 랄리벨라로 옮기고 도시는 왕의 이름을 따 랄리벨라로 불리기 시작한다. 신앙심이 깊었던 왕은 꿈에서 암굴 교회 건설을 지시하는데, 이는 이슬람 세력 때문에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꿈에 제2의 예루살렘을 건설하라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그는 팔레스티나와 이집트의 기술자 등 4만 명을 동원해 그들을 직접 감독하며 교회를 건설한다. 교회를 세우는 데 120년이 걸렸지만, 전설은 천사들이 밤낮으로 도와 23년 만에 완공됐다고 전하고 있다. 적갈색의 응회암 암반을 깎아내 건설한 암굴 교회는 모두 11개가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모두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보려면 1박2일은 잡아야 해요.” 직접 본 암굴 교회는 가이드의 이런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스 신전의 형태로 세워진 메드하네 알렘 교회는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인데, 가로 22m, 세로 33m, 높이 11m로 32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지금은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철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씌운 채로 보수 중이다.
직접 봐야 이해하는 감동 기오르기스 교회
하이라이트는 기오르기스 교회(Bet Giyorgis)다. 인터넷에 ‘랄리벨라’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십자가 모양의 교회 사진이 바로 이곳이다. 바위를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2m의 정 십자가 모양으로 파 내려가며 지었다.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교회다. 그리고 교회 앞에 섰을 때의 감동을 모자란 필력으로 묘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암굴 교회 앞에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그리고 나는, 역시 이 세상에는 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라는 문장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교회를 둘러싼 벽에는 어느 사제의 미라 한 구가 안치돼 있는데, 이는 죽어도 이 교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제의 유해라고 한다.
1520년부터 6년간 에티오피아에 머물며 《프레스터 존 왕국의 비밀》이라는 견문록을 쓴 포르투갈의 수도사 프란시스코 알바레스(Francisco Alvares)는 이 불가사의한 암굴 교회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이 교회들에 대해 묘사하는 것은 나를 지치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은 믿지 않을 테니까.” 랄리벨라는 지금도 수많은 여행자를 감동시킬 준비가 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성곽도시 곤다르
랄리벨라의 감동은 곤다르(Gondar)로 이어진다. 곤다르는 에티오피아의 옛 수도다. 에티오피아는 16세기까지 암흑기를 거치게 되는데 1635년 파실리다스(Fasilides) 황제가 등극하면서 1855년까지 에티오피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서 황금기를 이끌게 된다. 그의 이름을 따 ‘파실 게비(Fasil Ghebbi)’라고 부르는 요새지역에는 이 나라의 고대 왕국인 악숨의 영향 외에도 포르투갈, 북아프리카 무어, 인도풍의 다양한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아 아름답게 꾸며진 성이 많다. “같은 문명권의 건축물이라 하기엔 이질적으로 보이는 고성들은 약 200년의 통치기간 동안 곤다르가 다양한 문명과 교류했음을 증명하고 있어요.” 가이드가 아치형으로 멋지게 만들어진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요새지역은 수차례 외침을 겪으면서도 그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가장 오래된 건물은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이다. 모서리 네 개의 탑이 마치 달걀을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달걀 성(Enqulal Gemb)’이라고도 불린다.
이야수 1세가 세운 ‘데브레 베르한 셀라시교회(Debre Berhan Selassie Church)’도 지나칠 수 없다. 겉보기엔 소박하고 단순한 건물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생애, 성 기오르기스 성인의 모습 등 정교하게 묘사된 성화에 마음을 뺏긴다. 특히 교회 천장에 그려진 135개의 천사 얼굴은 에티오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천사들의 눈빛은 모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고,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어 인간을 보호하고 희로애락을 공감하는 신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다 보면 각종 브로슈어와 홍보물에 이 천사들이 등장해 에티오피아로 오라고 눈짓을 보낸다.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해발 4377m.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고원지대인데 멸종 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 늑대와 콜롬버스 원숭이 같은 희귀동물들이 살아간다.
아침 일찍 출발해 사륜구동 차를 타고 발레 고바라는 도시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발레 고바는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 탐방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도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찾은 게이세이 초원 지대를 지나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차는 자주 멈춰서야만 했다. 사실 에티오피아의 도로는 차보다 양과 염소, 소떼가 더 많다. 목동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무렵이면 도로는 온통 이들의 차지가 된다. 차들은 이들을 피해서 갓길로 가야 한다. 양들은 그나마 비키는 척이라도 하는데 소들은 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뿔부터 들이민다. 소의 고집은 한국이나 에티오피아나 똑같다. 처음부터 피해가는 게 상책이다.
게이세이 초원 지대에는 소보다 원숭이가 많다. 바분이라는 원숭이인데,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도 나왔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덩치가 큰 바분 한 마리가 도로를 떡하니 막고 있다. 뭔가 먹을 걸 내놓지 않으면 비켜주지 않겠다는 단호하고도 결연한 얼굴이다. 한 녀석이 차를 막으면 길가에 있던 다른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 차 보닛 위로 뛰어올라 창문을 툭툭 친다. 통행료를 내라는 것이다. 저 멀리 초원에서는 멧돼지 가족이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매력적인 맛의 로컬 맥주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꼭대기까지 차가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정상의 높이인 4377m를 표시한 표시석이 서 있다. 바람이 세차다. 자이언트 로빌리아, 엘 크리지엠, 에버라스트 등 고산식물들이 살아간다. 에티오피아 늑대를 꼭 만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트레킹으로 탐방할 수 있는데 말에 텐트와 음식을 싣고 가이드와 함께 다녀야 한다. 1주일 정도 소요된다. 해발 4000m의 고원지대를 트레킹해야 하니 상당한 체력이 소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티오피아 음식. 에티오피아의 전통 음식은 인제라(Injera)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우리가 ‘밥 먹었니?’라고 하듯 ‘오늘 인제라는 먹었니?’라고 인사한다. 인제라는 커다란 부침개처럼 생겼는데, 수건처럼 돌돌 말린 이 인제라를 펼쳐놓고 조금씩 뜯어 매콤한 고기인 ‘와트’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테프’라는 곡식을 만드는데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시큼한 맛을 낸다. 세인트 조지, 하베샤 등 로컬 맥주도 맛있다. 와인도 생산한다. 리프트 밸리라는 곳에서 만든다. 퀄리티도 훌륭하다. 카베르네 쇼비뇽, 쉬라 등 다양한 품종으로 만든 에티오피안 와인을 맛보는 것도 즐겁다. 화이트 와인도 있다.
에티오피아 식당 어딜 가나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거의 주식처럼 먹는다. 이탈리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맛은 이탈리아와는 약간 다르다. 한국에서 맛보던 피자와 파스타를 기대하지는 말 것. 에티오피안 스타일 이탈리안 푸드라고 보면 된다.
에티오피아=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여행 정보
에티오피아항공은 인천~아디스아바바 직항을 주 4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 반. 에티오피아항공은 아프리카 항공사 최초로 787 드림 라이너를 운항하고 있다. 항공기 평균 기령이 5년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장점. 2017, 2018 스카이 트랙스 아프리카 지역 우수 항공사로 선정됐다. 에티오피아 여행은 국내선 연결편이 잘 돼 있어 되도록 항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전압은 220V로 우리와 같은 콘센트를 사용한다. 통화는 비르(Birr). 1비르는 약 40원. 미국 달러로 바꿔가서 호텔이나 ATM 기계에서 환전해야 한다. 아디스아바바가 아닌 지방 도시의 경우 숙소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원두커피를 잔뜩 사오는 것도 좋다. 원두 250g이 약 3000원이다. 하라르 시장에서는 더 싸게 살 수 있다. 볶지 않은 생두는 더 싸다.
경건한 얼굴의 순례자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구약성서를 믿는 사람들이 산다. 한반도 5배 넓이의 땅에 9900만 명이 살아가는데, 이 중 에티오피아 정교가 43.5%, 기독교 18.5%, 이슬람교가 33.9% 정도 된다. 랄리벨라는 에티오피아 정교의 성지다.
한때 로마, 페르시아와 함께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악숨 제국이 10세기 이후 대가뭄으로 쇠퇴하자 이슬람이 세력을 확장한다. 그러던 중 13세기 자그웨 왕조의 7대 국왕인 랄리벨라가 들어서면서 에티오피아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가 1181~1221년이다. 랄리벨라는 수도를 랄리벨라로 옮기고 도시는 왕의 이름을 따 랄리벨라로 불리기 시작한다. 신앙심이 깊었던 왕은 꿈에서 암굴 교회 건설을 지시하는데, 이는 이슬람 세력 때문에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꿈에 제2의 예루살렘을 건설하라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그는 팔레스티나와 이집트의 기술자 등 4만 명을 동원해 그들을 직접 감독하며 교회를 건설한다. 교회를 세우는 데 120년이 걸렸지만, 전설은 천사들이 밤낮으로 도와 23년 만에 완공됐다고 전하고 있다. 적갈색의 응회암 암반을 깎아내 건설한 암굴 교회는 모두 11개가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모두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보려면 1박2일은 잡아야 해요.” 직접 본 암굴 교회는 가이드의 이런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스 신전의 형태로 세워진 메드하네 알렘 교회는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인데, 가로 22m, 세로 33m, 높이 11m로 32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지금은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철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씌운 채로 보수 중이다.
직접 봐야 이해하는 감동 기오르기스 교회
하이라이트는 기오르기스 교회(Bet Giyorgis)다. 인터넷에 ‘랄리벨라’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십자가 모양의 교회 사진이 바로 이곳이다. 바위를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2m의 정 십자가 모양으로 파 내려가며 지었다.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교회다. 그리고 교회 앞에 섰을 때의 감동을 모자란 필력으로 묘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암굴 교회 앞에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그리고 나는, 역시 이 세상에는 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라는 문장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교회를 둘러싼 벽에는 어느 사제의 미라 한 구가 안치돼 있는데, 이는 죽어도 이 교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제의 유해라고 한다.
1520년부터 6년간 에티오피아에 머물며 《프레스터 존 왕국의 비밀》이라는 견문록을 쓴 포르투갈의 수도사 프란시스코 알바레스(Francisco Alvares)는 이 불가사의한 암굴 교회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이 교회들에 대해 묘사하는 것은 나를 지치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은 믿지 않을 테니까.” 랄리벨라는 지금도 수많은 여행자를 감동시킬 준비가 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성곽도시 곤다르
랄리벨라의 감동은 곤다르(Gondar)로 이어진다. 곤다르는 에티오피아의 옛 수도다. 에티오피아는 16세기까지 암흑기를 거치게 되는데 1635년 파실리다스(Fasilides) 황제가 등극하면서 1855년까지 에티오피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서 황금기를 이끌게 된다. 그의 이름을 따 ‘파실 게비(Fasil Ghebbi)’라고 부르는 요새지역에는 이 나라의 고대 왕국인 악숨의 영향 외에도 포르투갈, 북아프리카 무어, 인도풍의 다양한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아 아름답게 꾸며진 성이 많다. “같은 문명권의 건축물이라 하기엔 이질적으로 보이는 고성들은 약 200년의 통치기간 동안 곤다르가 다양한 문명과 교류했음을 증명하고 있어요.” 가이드가 아치형으로 멋지게 만들어진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요새지역은 수차례 외침을 겪으면서도 그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가장 오래된 건물은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이다. 모서리 네 개의 탑이 마치 달걀을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달걀 성(Enqulal Gemb)’이라고도 불린다.
이야수 1세가 세운 ‘데브레 베르한 셀라시교회(Debre Berhan Selassie Church)’도 지나칠 수 없다. 겉보기엔 소박하고 단순한 건물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생애, 성 기오르기스 성인의 모습 등 정교하게 묘사된 성화에 마음을 뺏긴다. 특히 교회 천장에 그려진 135개의 천사 얼굴은 에티오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천사들의 눈빛은 모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고,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어 인간을 보호하고 희로애락을 공감하는 신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다 보면 각종 브로슈어와 홍보물에 이 천사들이 등장해 에티오피아로 오라고 눈짓을 보낸다.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해발 4377m.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고원지대인데 멸종 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 늑대와 콜롬버스 원숭이 같은 희귀동물들이 살아간다.
아침 일찍 출발해 사륜구동 차를 타고 발레 고바라는 도시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발레 고바는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 탐방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도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찾은 게이세이 초원 지대를 지나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차는 자주 멈춰서야만 했다. 사실 에티오피아의 도로는 차보다 양과 염소, 소떼가 더 많다. 목동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무렵이면 도로는 온통 이들의 차지가 된다. 차들은 이들을 피해서 갓길로 가야 한다. 양들은 그나마 비키는 척이라도 하는데 소들은 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뿔부터 들이민다. 소의 고집은 한국이나 에티오피아나 똑같다. 처음부터 피해가는 게 상책이다.
게이세이 초원 지대에는 소보다 원숭이가 많다. 바분이라는 원숭이인데,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도 나왔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덩치가 큰 바분 한 마리가 도로를 떡하니 막고 있다. 뭔가 먹을 걸 내놓지 않으면 비켜주지 않겠다는 단호하고도 결연한 얼굴이다. 한 녀석이 차를 막으면 길가에 있던 다른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 차 보닛 위로 뛰어올라 창문을 툭툭 친다. 통행료를 내라는 것이다. 저 멀리 초원에서는 멧돼지 가족이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매력적인 맛의 로컬 맥주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꼭대기까지 차가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정상의 높이인 4377m를 표시한 표시석이 서 있다. 바람이 세차다. 자이언트 로빌리아, 엘 크리지엠, 에버라스트 등 고산식물들이 살아간다. 에티오피아 늑대를 꼭 만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발레 마운틴 국립공원은 트레킹으로 탐방할 수 있는데 말에 텐트와 음식을 싣고 가이드와 함께 다녀야 한다. 1주일 정도 소요된다. 해발 4000m의 고원지대를 트레킹해야 하니 상당한 체력이 소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티오피아 음식. 에티오피아의 전통 음식은 인제라(Injera)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우리가 ‘밥 먹었니?’라고 하듯 ‘오늘 인제라는 먹었니?’라고 인사한다. 인제라는 커다란 부침개처럼 생겼는데, 수건처럼 돌돌 말린 이 인제라를 펼쳐놓고 조금씩 뜯어 매콤한 고기인 ‘와트’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테프’라는 곡식을 만드는데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시큼한 맛을 낸다. 세인트 조지, 하베샤 등 로컬 맥주도 맛있다. 와인도 생산한다. 리프트 밸리라는 곳에서 만든다. 퀄리티도 훌륭하다. 카베르네 쇼비뇽, 쉬라 등 다양한 품종으로 만든 에티오피안 와인을 맛보는 것도 즐겁다. 화이트 와인도 있다.
에티오피아 식당 어딜 가나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거의 주식처럼 먹는다. 이탈리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맛은 이탈리아와는 약간 다르다. 한국에서 맛보던 피자와 파스타를 기대하지는 말 것. 에티오피안 스타일 이탈리안 푸드라고 보면 된다.
에티오피아=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여행 정보
에티오피아항공은 인천~아디스아바바 직항을 주 4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 반. 에티오피아항공은 아프리카 항공사 최초로 787 드림 라이너를 운항하고 있다. 항공기 평균 기령이 5년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장점. 2017, 2018 스카이 트랙스 아프리카 지역 우수 항공사로 선정됐다. 에티오피아 여행은 국내선 연결편이 잘 돼 있어 되도록 항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전압은 220V로 우리와 같은 콘센트를 사용한다. 통화는 비르(Birr). 1비르는 약 40원. 미국 달러로 바꿔가서 호텔이나 ATM 기계에서 환전해야 한다. 아디스아바바가 아닌 지방 도시의 경우 숙소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원두커피를 잔뜩 사오는 것도 좋다. 원두 250g이 약 3000원이다. 하라르 시장에서는 더 싸게 살 수 있다. 볶지 않은 생두는 더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