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외교회담 31일이나 1일 가능성…성사되면 日 보복조치 이후 처음
한국, ARF서 '日부당조치' 여론전…日의 백색국가 제외 맞물려 갈등 증폭될 수도
한일갈등 '완화'냐 '악화'냐…이번주 ARF에 시선 집중
한일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이 내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어서 갈등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갈등 '완화'와 '악화'의 가능성이 공존한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된다면 갈등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만남이 불발되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여론전만 가열된다면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8일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오는 31일이나 내달 1일 방콕에서 한일외교장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ARF 회의에 앞서 각종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란히 31일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두 장관이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지난 26일 두 장관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장관은 통화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일 모두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양국 간 소통의 계기를 제공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ARF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라는 껄끄러운 의제 외에 북한 미사일 대응이라는 안보 이슈를 통해 협력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된다고 갈등 상황이 단번에 풀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국과 대화조차 거부해 온 일본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갈등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도 ARF 회의를 계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까지 포함한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 추진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갈등 완화를 위해 중재 내지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한일 갈등과 관련, 우려를 표하며 한일 양국이 생산적이고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대처해 나가도록 장려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과 관련해선 "미국과 한국, 일본이 같은 장소에 있게 될 때마다 함께 모이고 싶은 바람이 있게 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언급했다.

그러나 ARF에서 한·일이 대치하는 모습만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강 장관은 방콕에서 내달 1∼3일 한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ARF 외교장관회의, 한국-메콩 외교장관회의 등의 일정을 잇달아 소화하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환경의 중요성과 일본 수출 규제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본도 한국의 '공세'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칫 갈등 상황이 증폭될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악재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2일 오후 열리는 ARF 회의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일갈등 '완화'냐 '악화'냐…이번주 ARF에 시선 집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