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구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던 완구산업이 2010년 이후 토종 캐릭터 개발 등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대 세계1위 봉제완구…인건비 부담에 경쟁력 잃어
1980년대 국내 완구 업체들은 봉제인형을 앞세워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1970년대부터 봉제산업이 발달한 데다 저렴한 노동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완구 수출은 1987년 10억7012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봉제완구가 미국의 메이시스 같은 대형 유통 매장에 쫙 깔렸다.

거기까지였다. 완구산업은 1990년대 들어 가파른 임금 인상과 자체 캐릭터 부재로 경쟁력을 잃어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수출의 선봉에 섰던 완구업체들은 싼 임금을 찾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2006년엔 수출이 1억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시장은 다카라, 토미, 반다이 등 변신 로봇과 자동차 완구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에 점령됐다. 봉제완구도 일본의 호빵맨, 도라에몽 캐릭터에 밀렸다. 2007년 3억달러를 돌파한 완구 수입은 지난해 8억8496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대 이후 토종 캐릭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업체들이 시장을 바꿔 나가고 있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헬로카봇’ ‘터닝메카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영실업은 ‘또봇’ ‘콩순이’를 히트시키며 캐릭터와 결합한 완구 판매 모델을 정착해 나갔다. 봉제완구 중심의 오로라월드는 ‘유후와 친구들’ 캐릭터로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활용한 제품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재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체 캐릭터를 개발한 업체는 성장을 이어가고, 그렇지 않은 라이선스 비즈니스 업체들은 존폐의 기로에 선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