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다음달 1일부터 부사장과 전무, 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폐지한다. 국내 주요 그룹 중 임원 직급을 없애는 건 SK가 처음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의지에 따른 것이다.

▶본지 1월 31일자 A17면 참조

SK그룹 관계자는 28일 “임원 직급은 본부장과 그룹장 등 직책 중심으로 바꾸고 호칭도 직급(부사장·전무·상무) 대신 직책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 같은 임원제도 혁신안을 확정하고 지난 25일부터 계열사별로 설명회를 하고 있다.

혁신안에 따르면 앞으로 SK 임원들은 위계 질서가 없는 동급의 임원으로 간주하고, 호칭도 A전무나 B상무 대신 관리담당 본부장, 정보기술(IT)담당 그룹장으로 부르게 된다.

이 조치로 SK그룹에선 임원 승진 인사도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전무 및 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따로 인사를 냈다. 하지만 다음달부턴 임원 직급이 하나로 묶이면서 전무 및 부사장 승진 인사 발령이 없어진다. SK 관계자는 “임원 임용 때를 제외하면 대표이사 등으로 승진할 때만 인사 발령을 내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임원 직책이 바뀔 경우 전보 인사를 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상무 그랜저, 전무 제네시스’로 불리는 임원 전용 차량제를 없애고 임원이 직급별 포인트를 활용해 스스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한 임원들의 전용 기사제를 공용 기사제로 전환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신년회에서 “임원부터 꼰대가 되지 말고 희생해야 행복한 공동체가 된다”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