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르노삼성 사태의 ‘후반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 및 노조원에 대한 임금 추가 지급 등 ‘센’ 요구를 내건 만큼 투쟁 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전면 파업과 부분 직장폐쇄 등 극한으로 치달았던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노조 리스크로 ‘생산절벽’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올 1~6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8만1971대로 전년 동기(12만1760대)보다 32.7% 급감했다. 노조 파업으로 생산일수가 줄어든 데다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은 탓이다.
수출 물량 확보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노사 갈등을 우려해온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로그(르노삼성이 수탁 생산하는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이후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작년 기준 21만5680대)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와 별도로 르노와 동맹 관계인 닛산은 올해 맡기기로 한 로그 물량을 10만 대에서 6만 대로 40% 줄인 상태다. 르노삼성은 11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를 연간 8만 대가량 유럽에 수출해 ‘활로’를 뚫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본사는 묵묵부답이다. 르노 본사는 되레 이 물량을 인건비가 싸고,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또 불거져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에 배정하는 물량을 더 줄여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