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자동차 분야를 ‘2차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 파워트레인(엔진 등 동력전달장치)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는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넥쏘의 수소저장용기(탱크)에 쓰이는 탄소섬유를 일본 도레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지난 23~24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 결의를 했다. 파업 체제에 들어가겠다는 선언이다. 30일 노조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중순께 파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집행부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을 15만1526원(호봉 승급분 포함·전년 대비 6.8%) 인상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6450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년을 만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직전 연도(연령에 따라 만 61~64세)로 연장해달라는 요구안도 내놨다.
기아차 노조도 30일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이 기본급 3만8000원과 성과급(기본급의 150%+17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한국GM 노조도 파업에 가세할 분위기다. 이 회사 노조는 25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파업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을 12만3526원(호봉 승급분 제외·5.7%) 올리고, 통상임금의 250%(약 1023만원)와 650만원을 각각 성과급 및 격려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자사 차량 구매 할인 등 지난해 축소한 임직원 복리후생을 원상회복해 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습관성 파업을 막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머지않아 침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