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까마득한 후배 박서준, 우도환이 맨주먹 액션을 선보이는 동안 안성기는 '라틴어 액션'으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촬영 2달 전부터 동안 퇴마 장면에서 사용되는 라틴어를 달달 외웠다는 안성기는 "지금도 살짝만 건들면 나온다"며 "머리에서 털려야 하는데, 자꾸 점검하고, 확인하게 된다"면서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극중 안성기가 연기하는 안신부는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로 한국에 숨어든 강력한 악의 검은 주교를 찾는 인물이다. 강한 신념과 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임무에 나서지만, 용후(박서준)와 만나면서 그의 상처가 갖는 의미를 가장 먼저 깨닫는다.
여기에 안성기는 영후의 멘토이자 아버지같은 따뜻한 매력까지 다채로운 연기로 안신부의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안성기는 카메라 밖에서도 박서준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연기의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그런 안성기에게 박서준은 "존재만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선배"라고 칭하기도 했다.
"박서준에게 '선생님 말고 선배라 하라'고 먼저 다가간 건 저였지만, 박서준은 그 말 뜻을 바로 알아채고 편안하게 행동해주더라고요. 고마웠죠. 덕분에 즐거웠고요. 촬영이 힘들어도 현장이 즐거우면 가는 맛이 있는데 이번엔 참 즐거웠어요."
'사자' 속 안성기는 연기 뿐 아니라 성난 등근육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6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안성기다. 김주환 감독이 오히려 "더 구부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안성기는 "몸이 좋다"는 칭찬에 "40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대 때부터 매일 1시간 정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리고,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왔다. 요즘도 벤치프레스로 60kg까지 들어 올린다.
"배가 나오는게 개인적으로 싫더라고요. 다이어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먹는 걸로 조절하진 않지만 운동은 계속 했죠. 철봉 메달리기도 매일 하는데, 그렇게 스트레칭을 해주니까 키가 안줄더라고요. 제 또래 정도 되면 키가 줄어드는데, 저는 아직까지 그런게 없어요."
안성기가 매일 자기관리에 소홀하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도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 때문이다. 드라마, 예능에서도 여러번 안성기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안성기는 '영화배우'라는 지금처럼 타이틀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비법도 연기에 대한 갈망 덕분이었다. 심지어 다른사람들이 "슬럼프가 왔다"고 했을 때에도 자신을 돌아보며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언제든 현장에 나갔을 때 필요한 배우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 안성기를 지금껏 지탱해온 삶의 방식이었다.
"어렸을 때 영화를 하다가 성인이 돼 다시 복귀를 하던 시점에 어떻게 해야 오래 연기할 수 있는지 정답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 유명했던 분들이 성인이 됐을 때 다시 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왜 그렇게 됐을까 보니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가 밝힌 비법은 연기 그자체에 집중하라는 간단한 진리였다.
"먼저 가정이 탄탄해야 하고요. 인기는 허망하니 그 쪽은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촬영장에서 일하는 순간이니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해요. 그걸 놓치면 반드시 결과가 좋지 않아요. 제가 이런 부분들을 모르고 신인으로 시작했다면, 저 역시 휘둘렸을 거예요.'메뚜기도 한철이다' 이런 말에 불안해 하고요."
40년 넘게 초심을 지키며 자기 관리를 하고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사자' 시사회 후 진행한 간담회에서 농담삼아 공개한 일화였지만, "아이들이 김상중과 안성기를 헷갈려 한다"는 말은 안성기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그가 더욱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다.
그래서 안성기는 '사자'가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큰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이전에도 1년에 한 작품씩 작품을 해왔는데 작은 작품에 출연하다보니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적어지더라고요. 큰 영화를 하고 싶었던 차에 '사자'를 만났죠. 그 다음에 안신부 캐릭터가 보였어요. 따뜻함과 인간적인 모습이 보여지던 인물이라 더 좋았죠. 앞으로도 '사자'와 같은 큰 작품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났으면 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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