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속에서도 울려 퍼진다…기업과 예술의 '아름다운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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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 메세나 경영
지난 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올해 30주년을 맞은 ‘이건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는 6일 인천, 9일 광주, 10일 부산, 11일 대구로 이어졌다. 이건음악회는 종합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이 1990년 10월 체코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을 초청하면서 시작됐다. 회사 직원과 가족을 초청하던 음악회는 이제 모두에게 열린 무료 음악회로 자리잡았다.
올해 30회를 맞아 무대에 오른 공연 팀은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된 ‘베를린 필하모닉 이건 앙상블’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로마노 토마시니를 주축으로 한 악단 내 실내악 앙상블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의 단원들이 중심축이다. 한국 무대에 오른 이 앙상블 이름에 ‘이건’을 넣는 것은 단원들이 먼저 제안했다. 일상에서 음악을 접하고 경제적 부담 없이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0년간 공연을 열어온 기업의 취지에 공감해서다.
○기업의 문화 지원 위축 우려
이건그룹처럼 많은 기업이 오랜기간 메세나 활동을 하며 문화 토양을 다져왔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층의 저변이 넓어졌고 주류가 아닌 예술가들도 지원을 받아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문화접대비’를 줄이면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는 부분적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2017년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4.1%(82억6900만원) 줄어든 1943억1200만원이었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감소한 것은 6년 만이다.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지원 건수도 2016년 대비 3.3% 감소한 1415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원 기업 수는 533개로 2016년 대비 7.2% 증가했다. 경기 침체에도 기업들의 소액 지원은 더 늘었다.
유형별로는 문화예술단체의 공연·전시를 지원하는 후원·협찬·파트너십 등에 투입한 금액이 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줄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감소세는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선물 상한액 5만원을 넘는 공연 초대, 티켓 구매를 조건으로 한 협찬 활동 등이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의 예술지원 창구 역할을 해온 출연 재단을 통한 지원금도 감소했다. 재단을 통한 예술지원은 2017년 전년 대비 6% 줄어든 864억7600만원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기부금 집행 기준을 강화하면서 문화예술 인프라 지원금도 전년 대비 5.8% 뒷걸음질쳤다.
문화예술교육 분야(112억2600만원)는 전체적인 기업 예술지원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등 교육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매개자 교육, 아카데미 사업 등 성인 대상 예술교육 지원도 확대됐다.
예술 분야별로는 미술전시(2.9%)와 클래식(7.2%)은 지원이 소폭 늘었지만 국악·전통예술(-8.7%), 연극(-7.4%), 뮤지컬(-21.2%), 영상·미디어(-24.5%), 무용(-34.2%) 등은 전년에 이어 2017년에도 감소했다.
○메세나 활동 영역 확대
기업의 문화지원 활동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메세나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다음달 15일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 일대에서 클래식 거리축제를 연다. 한여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축제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마을 곳곳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일환으로 올해 5회째를 맞는다. 재단은 계촌마을은 클래식마을로, 전북 남원시 운봉읍 비전·전촌마을은 국악마을로 정해 매년 축제를 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도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도시의 소외계층에 클래식 공연 관람 기회를 주기 위해 전국 각지를 찾아가 ‘희망·사랑 나눔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GS칼텍스는 1100억원을 들여 여수에 공연장을 지었다. 2012년 개관한 ‘여수문화예술공원 GS칼텍스 예울마루’다. 1000석이 넘는 대극장에 기획 전시장까지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예울마루 자체 기획 공연과 전시에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다문화가족 등 문화 소외계층을 초대하는 객석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예술더하기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 강사들과 협업해 전국 아동청소년에게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진로직업 체험을 연계한 교육을 지원한다. 효성은 ‘효성 컬처 시리즈’ 중 하나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주도하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함께 10년째 티칭 클래스를 열고 있다. 취약계층 아동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온누리사랑챔버’ 단원들이 그 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음대에 진학한 단원들도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올해 30회를 맞아 무대에 오른 공연 팀은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된 ‘베를린 필하모닉 이건 앙상블’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로마노 토마시니를 주축으로 한 악단 내 실내악 앙상블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의 단원들이 중심축이다. 한국 무대에 오른 이 앙상블 이름에 ‘이건’을 넣는 것은 단원들이 먼저 제안했다. 일상에서 음악을 접하고 경제적 부담 없이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0년간 공연을 열어온 기업의 취지에 공감해서다.
○기업의 문화 지원 위축 우려
이건그룹처럼 많은 기업이 오랜기간 메세나 활동을 하며 문화 토양을 다져왔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층의 저변이 넓어졌고 주류가 아닌 예술가들도 지원을 받아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문화접대비’를 줄이면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는 부분적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2017년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4.1%(82억6900만원) 줄어든 1943억1200만원이었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감소한 것은 6년 만이다.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지원 건수도 2016년 대비 3.3% 감소한 1415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원 기업 수는 533개로 2016년 대비 7.2% 증가했다. 경기 침체에도 기업들의 소액 지원은 더 늘었다.
유형별로는 문화예술단체의 공연·전시를 지원하는 후원·협찬·파트너십 등에 투입한 금액이 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줄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감소세는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선물 상한액 5만원을 넘는 공연 초대, 티켓 구매를 조건으로 한 협찬 활동 등이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의 예술지원 창구 역할을 해온 출연 재단을 통한 지원금도 감소했다. 재단을 통한 예술지원은 2017년 전년 대비 6% 줄어든 864억7600만원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기부금 집행 기준을 강화하면서 문화예술 인프라 지원금도 전년 대비 5.8% 뒷걸음질쳤다.
문화예술교육 분야(112억2600만원)는 전체적인 기업 예술지원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등 교육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매개자 교육, 아카데미 사업 등 성인 대상 예술교육 지원도 확대됐다.
예술 분야별로는 미술전시(2.9%)와 클래식(7.2%)은 지원이 소폭 늘었지만 국악·전통예술(-8.7%), 연극(-7.4%), 뮤지컬(-21.2%), 영상·미디어(-24.5%), 무용(-34.2%) 등은 전년에 이어 2017년에도 감소했다.
○메세나 활동 영역 확대
기업의 문화지원 활동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메세나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다음달 15일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 일대에서 클래식 거리축제를 연다. 한여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축제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마을 곳곳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일환으로 올해 5회째를 맞는다. 재단은 계촌마을은 클래식마을로, 전북 남원시 운봉읍 비전·전촌마을은 국악마을로 정해 매년 축제를 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도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도시의 소외계층에 클래식 공연 관람 기회를 주기 위해 전국 각지를 찾아가 ‘희망·사랑 나눔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GS칼텍스는 1100억원을 들여 여수에 공연장을 지었다. 2012년 개관한 ‘여수문화예술공원 GS칼텍스 예울마루’다. 1000석이 넘는 대극장에 기획 전시장까지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예울마루 자체 기획 공연과 전시에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다문화가족 등 문화 소외계층을 초대하는 객석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예술더하기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 강사들과 협업해 전국 아동청소년에게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진로직업 체험을 연계한 교육을 지원한다. 효성은 ‘효성 컬처 시리즈’ 중 하나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주도하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함께 10년째 티칭 클래스를 열고 있다. 취약계층 아동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온누리사랑챔버’ 단원들이 그 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음대에 진학한 단원들도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