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30~31일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재개하는 가운데 포괄적 ‘빅딜’보다는 낮은 수준의 ‘스몰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철폐, 중국의 국유기업 지원 중단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화웨이 제재 문제, 농산물 무역 등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협상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미·중 협상에서 지난봄 협상을 좌초시킨 구조적 문제에 대한 돌파구 마련은 어렵고 중간 수준의 합의는 가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양국은 지난봄엔 ‘빅딜’을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 그런 기대는 매우 낮아져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지난 5월 초 협상이 중단된 뒤 80여 일 만에 처음으로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대면 협상을 한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에선 류허(劉鶴) 부총리가 대표로 각각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중국은 내가 내년 대선에서 질 가능성이 2%라도 있다면 (무역합의문에) 서명할 것 같지는 않다”며 “내 생각에 중국은 아마도 ‘기다리자’고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구조적 이슈가 남아 있다”며 “어떤 큰 합의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국 간 구조적 이슈로는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 원천 차단과 국유기업 지원 중단, 그리고 합의 사항 법제화 등이 꼽힌다. 중국은 미국에 중국산 상품에 대한 모든 추가적 관세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WSJ는 이런 요구들이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윌리엄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중국이 수백만 부대의 미국산 콩을 사들이는 것 외에도 협상 타결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뭔가 제시할 게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관련, 안보 우려가 없는 분야에서 제재 면제를 시사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애플 퀄컴 등 35개 미국 기업이 신청한 50여 건의 제재 면제 신청을 검토 중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농산물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6월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콩 등 오일시드(기름을 짤 수 있는 농산물)의 수입량은 590만t으로 2004년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은 최근 5개 업체에 대해 최대 300만t의 미국산 콩을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몇몇 중국 기업이 지난 19일 이후 미국산 콩과 면화, 돼지고기, 수수 등 농산물을 새로 사기 위해 가격을 문의했으며 이미 일부 농산물 구매가 성사됐다”며 “콩 수백만t이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부에선 양국 간 ‘스몰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로펌 그린스푼 마더의 제시카 와서먼 변호사는 WSJ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얼마나 새로 살지 매우 조심스럽다”며 “만약 어떤 구매가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미 정부가 생각해온 것엔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