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그래도 무역에서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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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에 대응키 위해
소재·부품까지 국내서 다 하는
내수 위주 발전은 무모
부문별 밸류체인 추가로 마련
경제의 개방성 유지해야
김소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소재·부품까지 국내서 다 하는
내수 위주 발전은 무모
부문별 밸류체인 추가로 마련
경제의 개방성 유지해야
김소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수출 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관련 첨단 소재 3종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고 하락세인 한국 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장의 경제적인 타격도 크지만, 동아시아지역 국가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밸류 체인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보다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은 소재, 부품, 제조용 장비 등을 생산하고, 한국은 이를 수입해 반도체 등 중간재와 자본재를 생산하며, 중국이 이들 중간재와 자본재를 들여다가 조립·가공해 최종재를 수출하는 분업 구조는 동아시아지역의 무역 협력을 상징해왔다. 이런 효율적인 밸류 체인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막대한 수출 실적을 달성하는 밑바탕이 돼 왔다.
이런 분업 체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밸류 체인이 불확실성 없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기술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한국이 소재, 부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아도 됐던 것은 원할 때마다 일본에서 수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이런 동아시아 밸류 체인 구조에 근본적인 균열을 만들고 있다. 현재는 3개 소재에만 수출 규제를 도입했지만 비슷한 규제가 다른 부품, 소재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 또 일본 이외 다른 국가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동아시아의 분업 생산 체계, 나아가 세계 전체의 글로벌 밸류 체인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밸류 체인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세계 경제의 생산 효율성은 하락할 것이며,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게 돼 동아시아 분업 생산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파생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글로벌 밸류 체인 안에서 이를 잘 이용하고 있던 일본이 같은 밸류 체인 안에 있는 다른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직접 밸류 체인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란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을 파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될 무모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국제 무역은 위험요소가 많으니 내수 위주로 다양한 제품을 직접 생산, 소비하는 경제 구조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 따르면 국제 무역은 경제에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무역 개방도가 높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무역 리스크로 인해 한국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무역을 최소화했다면 한국의 경제 발전은 훨씬 더뎠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향후 무역을 대폭 줄인다면 한국의 경제 성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 중국 등 내수 위주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는 대규모 국가와 달리 한국은 소규모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무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산업에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재, 부품 조달이 불확실해지고 글로벌 밸류 체인이 흔들린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소재와 부품, 중간재, 자본재, 완제품을 생산한다면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무역 대상국의 다변화와 어느 정도의 품목 다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글로벌 밸류 체인 속에서 생산라인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소재, 부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고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기가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한국은 소재, 부품을 조달하고 중간재를 수출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로 구성된 밸류 체인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 일본의 수입 규제 조치와 관련한 글로벌 밸류 체인 붕괴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장의 경제적인 타격도 크지만, 동아시아지역 국가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밸류 체인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보다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은 소재, 부품, 제조용 장비 등을 생산하고, 한국은 이를 수입해 반도체 등 중간재와 자본재를 생산하며, 중국이 이들 중간재와 자본재를 들여다가 조립·가공해 최종재를 수출하는 분업 구조는 동아시아지역의 무역 협력을 상징해왔다. 이런 효율적인 밸류 체인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막대한 수출 실적을 달성하는 밑바탕이 돼 왔다.
이런 분업 체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밸류 체인이 불확실성 없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기술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한국이 소재, 부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아도 됐던 것은 원할 때마다 일본에서 수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이런 동아시아 밸류 체인 구조에 근본적인 균열을 만들고 있다. 현재는 3개 소재에만 수출 규제를 도입했지만 비슷한 규제가 다른 부품, 소재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 또 일본 이외 다른 국가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동아시아의 분업 생산 체계, 나아가 세계 전체의 글로벌 밸류 체인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밸류 체인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세계 경제의 생산 효율성은 하락할 것이며,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게 돼 동아시아 분업 생산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파생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글로벌 밸류 체인 안에서 이를 잘 이용하고 있던 일본이 같은 밸류 체인 안에 있는 다른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직접 밸류 체인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란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을 파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될 무모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국제 무역은 위험요소가 많으니 내수 위주로 다양한 제품을 직접 생산, 소비하는 경제 구조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 따르면 국제 무역은 경제에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무역 개방도가 높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무역 리스크로 인해 한국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무역을 최소화했다면 한국의 경제 발전은 훨씬 더뎠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향후 무역을 대폭 줄인다면 한국의 경제 성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 중국 등 내수 위주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는 대규모 국가와 달리 한국은 소규모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무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산업에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재, 부품 조달이 불확실해지고 글로벌 밸류 체인이 흔들린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소재와 부품, 중간재, 자본재, 완제품을 생산한다면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무역 대상국의 다변화와 어느 정도의 품목 다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글로벌 밸류 체인 속에서 생산라인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소재, 부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고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기가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한국은 소재, 부품을 조달하고 중간재를 수출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로 구성된 밸류 체인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 일본의 수입 규제 조치와 관련한 글로벌 밸류 체인 붕괴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대응할 필요가 있다.